극심한 자금난 속에 시장개방까지 겹친 올여름, 대부분의 재벌 총수들은
주요 계열기업들의 사활이 걸린 외국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응책 마련에 직접 나서는 등 눈코뜰 사이가 없어 휴가는 아예 생각도
못하는 형편이다.
그러나 일부 총수들은 신입사원 하계수련대회에 참석, 대화를 나누거나
가족들과 함께 조용한 곳으로 휴가를 떠나 유통시장 개방으로 변화하는
새로운 기업환경을 맞아 경영구상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은 지난해 하반기와 올상반기에 새로 뽑은
신입사원 5백여명을 대상으로 오는 31일부터 8월3일까지 열리는 신입사원
하계수련대회에 참석 ,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휴가를 대신할 계획이다.
예년과 같이 이달말부터 8월초에 걸쳐 가족과 함께 휴가를 가질 계획인
구자경 럭키금성그룹회장은 휴가기간중 유통시장 개방 등 국내외의 환경
변화에 대응한 경영전략을 구상할 생각이다.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은 시장개방의 여파가 가장 클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전자부문의 직접 경영에 나서는 바람에 그 어느해 보다도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어 여름 휴가는 아예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이건희회장은 최근 주력기업인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VTR과
일본제품을 직접 분해해 품질을 비교한 뒤 품질개선 방안을 강구하도록
관계자들에게 지시하는 한편 일본업체들의 대만시장 공략방법도 분석,
대응방안을 찾도록 독려하는 등 시장개방 대응전략 수립에 직접 나서고
있다.
이회장은 이같은 업무외에도 지난 19일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형
이창희 새한미디어회장의 사후 처리문제로 여름휴가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선경그룹의 최종현회장은 지난해만 해도 설악산에서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를 즐겼으나 올해에는 바쁜 업무일정으로 휴가를 취소하고 일에
전념할 예정이다.
오는 8월4일로 취임 10주년을 맞는 한국화약그룹의 김승연회장 역시
경영구상에 여념이 없어 휴가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동아그룹의 최원석회장은 8월초 리비아로 날아가 대수로 건설현장에서
약 1개월가량 머물면서 월말께 있을 통수식에 참석하는 등 예년과 같이
현장에서 여름을 보낼 계획이다.
페놀사건으로 지난 4월 그룹의 경영을 맡은 정수창 두산그룹회장은
그룹내의 조직개편을 비롯, 위기를 넘길 새로운 경영구상으로 올여름
휴가는 계획도 잡혀있지 않다.
한국보이스카웃연맹 총재로 오는 8월 8-16일 강원도 고성에서 열리는
세계잼보리대회 준비에 모든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쌍용그룹의
김석원회장은 대회기간중 야영장을 맡아 준비상황 점검에 여념이 없는
형편이며 8월4일께부터는 아예 고성에 내려가 대회가 끝날 때까지
상주할 계획이다.
지난달 28일 시작된 노사분규로 엄청난 매출손실을 입고 있는
기아그룹의 김선홍회장도 노사분규가 장기화하고 있어 여름휴가는 아직
계획하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