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초 제작된 궁궐지도인 '동궐도'를 처음 본 사람은 보통 세 번 놀란다. 먼저 세세한 디테일이다. 가로 576㎝ 세로 273㎝ 화폭에 궁궐 건물 540여채를 빼곡히 그려 넣었다. 이름 모를 작가의 솜씨도 좋다. 드론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시원한 원근감이 두 번째 놀라는 볼거리다. '올컬러'인 점은 덤.최근 출간된 <궁궐의 고목나무>는 마지막 세 번째 포인트에 주목한다. 마당과 후원, 뒷산에 뿌리내린 나무다. 그림에 묘사된 나무는 무려 4075그루. 그동안 사라지거나 모양새가 달라진 개체도 있지만, 대부분 궁궐의 비밀을 간직한 채 남아있다.궁궐의 주인인 임금도, 전각의 건축미도 아닌 나무에 주목한 점이 이례적이다.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의 신간이다. 그의 관심 분야는 백년노송처럼 한결같다. <청와대의 나무들> <궁궐의 우리나무> <우리 문화재 나무 답사기> 등을 펴냈다.이번 책은 서울의 4대 궁궐과 종묘의 고목 변천사를 살펴본다. 창덕궁과 창경궁은 '동궐도'에 묘사된 과거 모습과 현재를 비교했다. 경복궁과 덕수궁, 종묘는 겸재 정선 등 조선 후기 화가들의 그림과 의궤, 개화기의 옛 사진을 참조했다.가장 오래된 궁궐 나무는 창덕궁 규장각 뒤편 향나무다. 조선이 개국하기 전인 1270년경부터 자리 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속살이 썩어버렸다. 받침대 15개에 의지한 채 줄기가 용틀임하듯 굽어있다.창경궁 고목엔 유난히 많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창덕궁을 보조하는 거주시설이자 권력에서 물러난 여인들이 주로 머물렀던 공간이기 때문이다. 사도세자의 통곡을 들은 선인문 회화나무, 공주들이 그네를 걸던 느티나무 등 저마다의 사연이 흥미롭다.조경에도
지난달 생산과 소비, 투자가 한 달 전보다 일제히 줄면서 10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세가 산업 전체에 빠르게 확산하지 못하면서 생산과 소비, 투자 등 실물경제 부문별로 온도 차가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통계청이 28일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3.1(2020년=100)로 전월보다 0.7% 감소했다. 전산업 생산 지수는 지난 3월 2.3% 줄어든 뒤 4월에 1.2% 반등했으나 한 달 만에 다시 감소했다.부문별로 보면 광공업에서 1.2% 감소했다. 광공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 생산이 1.1% 줄었다. 서비스업 생산도 0.5% 감소했다.재화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0.2% 줄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소매판매가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은 작년 3∼4월 이후 1년여만이다. 설비투자는 4.1% 줄어 석 달째 감소했다. 건설기성(불변)은 4.6% 감소했다.전산업 생산과 소매판매, 설비투자가 동반 감소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생산은 기저효과로 마이너스를 보였으나 괜찮은 흐름”이라며 “다만 소비와 투자 등 지출은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경기지수도 일제히 하락했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8로 전월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0.5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내렸다.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산업활동은 전반적으로 주요 지표들이 월별 변동성 차원에서 전월 개선에 따른 조정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적인 조정이라는 뜻이다. 기재부 관계
故(고) 이선균의 유작 '행복의 나라'가 오는 8월 14일 개봉을 확정했다.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 든 변호사 ‘정인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28일 공개된 티저 예고편은 강렬한 총소리와 함께 '1979년 대통령 암살 사건'이라는 카피로 시작해 시선을 집중시킨다. 곧이어 대한민국 전체를 들썩인 10.26과 12.12를 관통하는 격변의 시대에 서 있는 세 인물을 보여준다.상관의 지시로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되어 재판을 받는 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이선균), 정당한 재판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그의 변호사 ‘정인후’(조정석), 밀실에서 재판을 도청하며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거대 권력의 중심인 합수부장 ‘전상두’(유재명)의 모습이 차례로 그려져 이 사건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이 영화는 1232만 관객을 동원한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연출한 추창민 감독의 신작으로, 시대를 관통하는 탄탄한 스토리와 묵직한 메시지를 담아냈다.이번 작품은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 뒤의 숨겨진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해 탄생한 만큼 벌써부터 예비 관객들의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티저 예고편 속에 등장하는 스케일감 넘치는 법정 장면, 시대에 분노하며 변론에 온 힘을 쏟는 ‘정인후’의 모습은 우리가 몰랐던, 하지만 그 시대의 가장 뜨거웠던 재판 이야기를 어떤 과정을 통해 풀어냈을지 더욱 흥미를 갖게 만든다.추창민 감독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