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본래 기업활동에서 대기업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다. 물론
예외가 없는건 아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경쟁하거나 혹은
공존관계에 있는 분야라면 자금 판매 기술 인력등 거의 모든 면에서
중소기업이 열위에 있다. 그래서 정부는 다각도로 중소기업을 돕는 노력을
편다. 중소기업은 보호받아야하고 동시에 적극 육성돼야할 경제적
실체이기 때문이다.
지난 84년말 세칭 하도급법이 제정된것도 그런 취지에서였다. 보통
하청이라는 말로 통용되는 하도급거래에서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일삼곤하는 대금지불지연등의 횡포를 공정거래차원에서 근절함으로써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상공.건설부와 합동으로 건설및 제조업분야 대기업 1백1개사를 골라
직권조사를 한 결과는 실망적이다. 불과 3개사를 뺀 98개업체에서 크고
작은 위반사례가 적발되어 하도급거래와 관련한 대기업의 횡포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도급거래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대금지불이다. 대기업은 자신의
우월적지위를 이용해서 약자인 중소하청업체에 줘야할 공사 혹은
물품대금을 제때에 주지않거나 깎는다. 법이 요구하는 60일이내
지급기일을 안지킨다든지,기일을 넘기고서도 지연이자(년25%)나
어음할인료(년13. 5%)를 주지않는등의 위반사례가 특히 많았다고 이번
조사에서도 지적되었다.
하도급은 계열화와 동일하거나 항상 일치하는 개념은 아니다. 그러나
계열화의 중요한 한가지 형태이며 따라서 공정한 하도급거래질서의 확립은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계열화를 촉진시켜 준다. 또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기술개발과 전문화가 촉진되는등의 연쇄효과도 기대할수 있다.
하도급거래에서 대기업의 횡포는 오랜 관행에 속한다. 일거에 근절하기는
어렵고 정부와 경제계가 꾸준히 노력해서 풀어나가야할 과제다. 가장
바람직한 근절방법은 불이익을 당한 수급중소업체들가 자진해서 위반사례를
신고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다.
경제계의 유관기관이나 단체들이 중심이되어 자율적으로 근절에 힘쓰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당분간은 당국의 직권조사를 강화하는 방법에
호소해야할 것 같다. 과거에도 조사는 있었지만 이번과 같은 대규모
정밀조사는 법시행이후 처음인데 꾸준하고 강화된 조사활동을 통해 인식과
관행을 바꿔나가도록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