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관광호텔과 대단위 아파트단지,제조업체,공중목욕탕 등 부산시내
40여개 수돗물 대량 사용처에서 부산시 상수도본부 공무원들과 짜고
계량기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거액의 수도요금을 포탈하고 있는 혐의를
잡고 전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23일 부산시 사하구 신평동사무소 수도검침원 정재현씨(38)와
영도양수장 직원 김정웅씨(50) 등 공무원 2명에 대해 허위공문서 작성과
뇌물수수,직무유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안료제조업체인
경기색소(대표 황경기. 사하구 신평동 370의3)와 가죽가공업체인
청포(대표 이기구. 사하구 신평동 370의49), 철근제 조업체인 대한제강
(대표 오완수. 사하구 신평동 370의16), 쥐치포가공업체인 세광식품(대표
손종태. 사하구 신평동 365) 등 신평공단내 5개 업체 대표를 절도 등 혐의로
입건,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경찰은 이외에도 월 4천t 이상의 수돗물을 사용하는 제조업체와 호텔
등 대량 수요처 가운데 해운대구 중1동 하얏트호텔 등 2개 호텔을 비롯,
남구 망미2동 고려제강 등 13개 제조업체, 사하구 장림2동 현대아파트 등
2개 아파트단지, 중구 남포 동 6가 영진사우나 등 16개 대중목욕탕 등
43곳이 계량기를 파손하고 88년 8월을 전후한 수돗물 사용량이 큰 차이가
나 같은 방법으로 수돗물을 훔쳐 썼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검침원 정씨는 지난 88년 8월 1일부터 통합공과금제
실시에 따라 수도요금 부과 업무가 구청에서 동사무소로 넘어온 뒤 이들
업체와 짜고 업체에 설치된 계량기를 고의로 파손시켜 작동되지 않게
만들어 놓고 매달 검침 때 수돗물 사용량을 임의로 조작해 지금까지
업체당 3천7백만원-1억3천여만원, 모두 4억여원의 요금을 낮춰 주고
대가로 매달 업체당 30-50만원씩 총 8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다.
또 양수장 직원 김씨는 상수도사업본부 계량기 성능 검사요원으로
근무하던 지난 5월 24일부터 6월 24일까지 계량기 일제점검을 앞두고
정씨의 범행이 들통나지 않도록 정씨와 함께 이들 업체의 계량기를
불질러 없앤 혐의다.
경기색소는 매달 1만8천여t의 수돗물을 사용하면서도 검침원 정씨와
짜고 88년 8월 계량기를 파손시킨 뒤 사용량을 3분의 1인 6천여t으로 낮춰
조작, 지금까지 매달 1만1천t(사용료 3백만원) 총 81만t에 대한 사용료
1억6백40만원을 포탈했으며, 대한제강은 같은 방법으로 총 1백5만3천여t
1억4천여만원어치의 수돗물을 훔쳐쓴 혐의다.
경찰은 이들 5개 업체가 각종 과세과표 산정의 기준이 되는 상수도
사용량을 조작, 여러가지 세금을 포탈했을 것으로 보고 부산지방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했다.
특히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가 대량 수요처에 대해서는 매달 계량기를
점검해야 하는데도 이를 전혀 실시하지 않았고 수돗물 사용량의 갑작스런
대폭 변동은 전산실 컴퓨터를 통해 즉시 드러나는데도 이에 대한 현장
확인을 외면해온 점을 중시, 사업 본부와 12개구의 사업소 간부들이 일선
검침원들로부터 정기적으로 상납을 받고 계량기 조작 사실을 묵인했을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보고 조만간 20여명의 간부를 소환해 조사키로 했다.
현재 부산에서 공급되는 하루 2백만t의 수돗물 가운데 약 45%가 누수돼
매일 3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데 경찰은 이중 상당부분이 수도관
노후에 따른 자연 누수가 아니고 공무원과 업체간 결탁에 의해 도둑질
당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와함께 사하구 신평.장림공단과 북구 사상공단, 금정구
금사동, 해운대구 반여동 공업지역의 상당수 제조업체들이 공무원과
결탁, 수돗물을 훔쳐 쓰고 있다는 혐의를 잡고 전면수사를 펴고 있어
앞으로 적발되는 공무원과 업체수는 크 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