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츠하크 샤미르 이스라엘 총리는 마드리드 중동평 화회의
이틀째인 31일 저녁(이하 한국시간) 아랍국들이 점령영토로부터의
이스라엘 철수문제에만 집착한다면 이 회의는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샤미르 총리에 이어 연설에 나선 요르단의 카멜 아부 자베르
외무장관은 그러나 이스라엘이 유엔 결의에 따라 중동의 평화와 영토를
교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샤미르 총리는 이틀째 회의 첫 연설에서 이번 중동평화회의를
"역사적인 계기" 라고 찬양하면서 "이 역사적인 순간에 이스라엘 국민들을
대표해 이스라엘과 인근 아랍국들간의 평화회의 개막연설을 하게 된 것은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회의가 "중동 역사의 새로운 장의 시작이 되기를
기원"하며 대화와 화해, 공존, 그리고 무엇보다도 평화를 가져오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지금 여기서 전쟁과 적대행위의 종식을 선언하자"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중동평화회의가 영토문제에만 초점을 두려 하는 것은
"교착상태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주장하고 중동분쟁의 오랜 역사를
볼때 문제의 핵심은 영토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아랍국가들에게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을 우리와 전 세계에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샤미르 총리는 또 자신은 이번 평화회의 이외에는 아랍측과 평화적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길이 없었기 때문에 마지못해 참가한 것이라고
말하고 아랍과 이스라엘의 1대1 협상만이 평화를 도출할 수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샤미르 총리가 자신의 강경 노선을 반영하는 연설문을 읽어내려가는
도중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측 대표들은 시종 굳은 표정으로 연설을
경청했다.
샤미르총리에 이어 두번째로 연설에 나선 요르단의 카멜 아부 자베르
외무장관은 이번 회의가 "새 시대를 여는 새로운 새벽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으나 회의가 실패한다면 재앙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부 자베르 장관은 이와 함께 평화의 과정은 무력에 의한 영토 점령을
인정치 않는 유엔 결의(2백42호, 3백38호)에 기초해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스라엘측에 영토와 평화를 교환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연설 도중 각국 대표단의 이름을 차례로 거명하면서 환영의 뜻을
표했으나 샤미르총리는 제외,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그는 "지리가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없으며 안전은 군사력에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번 협상의 목표는 전쟁을 끝내는 것만이 아니라 진정한
평화라고 주장하면서 지난 67년 이스라엘이 점령한 동예루살렘을
반환해야 한다는 아랍측의 주장을 재차 강조했다.
아부 자베르 장관은 또 2차 대전 중의 이스라엘인 학살에 언급,
아랍인들은 이스라엘인들의 학살에 아무런 책임이 없으면서도 대가를
치러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