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석회장자살이후 구심점을 잃고 표류하던 범양상선이 8일 임시주총을
열고 박회장의 장남인 박승주감사를 전격회장으로 선임하자 채권은행단이
즉각 반발하고 나서 회장선임을 둘러싸고 채권은행과의 마찰이
심화되고있다.
지난87년 고박회장의 자살이후 공석이었던 회장직에 범양상선이 이날
박감사를 추대한 것은 유족측 대표이자 대주주인 박승주씨(30)가
범양상선의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장악,앞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범양 유족측의 이같은 전격조치에 대해 서울신탁은행등 10개
채권은행들은 박씨가 대주주로서 범양정상화에 필요한 자구노력을 그동안
전혀 이행치않았던 점을 들어 박씨의 경영권장악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있다. 주거래은행인 서울신탁은행의 한기선이사는 "박감사를
리사까지는 승인할수 있으나 회장으로는 승인할수 없다는것이 채권은행단의
공식입장이므로 박회장은 즉각 퇴진해야한다"고 밝혔다.
박씨의 이번 경영권 장악은 지난3월 4년만에 열렸던 주총에서 자신이
감사직에 오르면서 이미 예견됐던 일로 은행측에선 보고있다.
박씨는 당시 감사직에 오른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회사의 경영은
3명의 상근이사들에 의해 운영될것이기 때문에 경영에 직접
나서지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었다.
박씨는 당시 주총에서 자신의 측근인물들인 안이준(변호사)
김흥한(")씨를 비상근이사로 발탁한데 이어 이날 임시주총에서
이강진변호사(삼일회계법인)를 감사로 기용했다.
문제는 박씨가 고박회장에 이어 회장으로 추대된이후 7천5백억여원에
달하는 채무의 상환과 범양의 정상화를 위해 자구노력을 기울일것인가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관련,박씨는 이날 하오 이사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된직후 회사정상화와
관련된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는않았으나 채권은행단과 해운업계에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 박씨는 그동안 신뢰할만한 행동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씨는 지난4월 "법원에 계류중인 상속세부과취소행정소송이 4월중에
끝나는대로 미납세금(1백3억원)중 부과분을 내고 유족측 소유 주식가운데
2백87만4천4백80주를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속세부과 취소행정소송은 박씨의 주장처럼 단시일내에 끝날
성질의 재판이 아닌데다 주식헌납과 관련된 어떠한 행동도 그동안 취하지
않았다.
둘때 박씨는 대주주로서 회사의 채무상환에 전혀 성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7천5백억여원으로 추산되는 범양의 채무 원리금의 일부와
이자(연9백억규모)는 그동안 유족측의 도움없이 회사측이 갚아온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은행측과 해운업계에선 무엇보다 박씨가 4년째 표류해온
범양상선을 정상화시킬수있는 여력이 있는지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채무상환도 문제지만 범양상선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신규선박의 확보가
시급한데 이에 필요한 자금이 수천억원에 달해 재산의 대부분이 국세청과
은행들에 압류된 상태인 박씨로선 불가능에 가깝다는 얘기이다.
범양상선은 현재 84척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으나 대부분이 10년이상된
노후선들이다.
10개채권은행들은 박씨의 회장선임에 대해 당장 유족들을 경영권에서
배제시키는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박씨가 회장으로서 자구노력과 관련된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현재의 은행관리를 법정관리로 전환하여 감자처리
방식으로 유족들의 경영권을 배제하는등 최악의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도
없지 않은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