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의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각료회의 서울총회에대한 평가는
관점에따라 얼마든지 다를수 있다. APEC이 장차 유럽의 EC(유럽공동체)나
EEA(유럽경제지역)그리고 북미의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에 필적하는
아태지역의 실질적이고 강력한 지역경제협력체로 발전하기를 기대하면서
이번에 그 토대가 어느정도 분명하게 마련돼야한다고 믿었던 사람들에게는
실망적이었다고 해야한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주요 농산물수출회원국들의
입김에 눌려 APEC과는 사실상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UR협상관련선언을
별도로 채택한 것은 뒷맛이 별로 개운치 않다.
그러나 이번회의는 총체적으로 볼때 성과가 성공적이었다고 본란은
평가한다. 우선 꼽아야할 구체적인 성과가운데 하나는 중국을 비롯해서
홍콩 대만의 가입실현이다.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이 어려운 일을 드물게
볼 정도로 세련되고 훌륭한 솜씨로 해냈으며 그 결과 APEC을 한 차원 더
높혀 놓았다. 그런데 실상 중요한 것은 "서울선언"을 통해서 APEC의
목적과 활동,운영과 조직 그리고 장래를 비로소 분명하게 드러낸
점이라고해야한다. 정부는 그동안 수차의 고위실무회의(SOM)와
실무회의(WG)를 통해 서울선언을 도출해내는데 성공했다. 이로써 APEC은
발족2년만에 마침내 기본법에 해당하는 틀과 모양을 갖추게된 셈이다.
사실 APEC은 지금까지 성격과 장래 모두 모호하고 불투명했었다.
그때문에 별 의미를 부여하려 들지않는 소극적 방관자적 입장과 필요이상의
기대를 갖는 입장등이 엇갈려왔다. 서울총회는 이런 혼선에 확실한 선을
그었다. 즉 APEC은 EC나 NAFTA와 다른 개방적 광역경제협력체이며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유연성있는"기구가 될 예정이다. 이것은 역사와
문화,민족과 뿌리가 다양하고 경제발전단계가 서로 판이한 본질적
제약속에서 선택가능한 최선의 현실적 협력모델일수있다.
일단 틀이 잡혔으므로 회원국들은 공동의 이익과 번영을 위해 이제부터
협력을 한층 강화하고 APEC를 더욱 발전시켜야 할것이다. 이번에
상설사무국설치문제까지는 매듭짓지 못하고 내년 방콕총회로 미뤘지만
APEC은 이제 정례화된 각료회의등을 매개로 확실하게 상설기구화 되었다.
또 북한핵문제와 관련된 논의에서 볼수있듯이 비단 경제협력뿐아니라 정치
안보분야에서도 긍정적 역할이 기대된다. 한국은 APEC의 장래에 계속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