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오늘 "무역의 날"을 맞는다.
한국경제는 현재 중병을 앓고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한 지적은
바로 수출부진과 수입급증으로 무역적자폭이 늘어나고있고 이를 줄일수있는
마땅한 방안을 찾지못하고 있기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무역적자는 내년에 더욱 커질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고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4분기 국민총생산(GNP)추계에서도 수출부진에 따른
제조업의 침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있다.
한국경제의 체질 또는 체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여 주저앉고 말것인가. 결코 그럴수는
없다.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동안 수출증진에 주력한 공업화전략은
우리로서는 올바른 선택이었다. 그러한 전략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데 문제는 수출을 지속적으로 증진시킬 방안을 찾지못하고 있는게
안타까운 것이다.
그러나 수출이 부진하다고해서 당장 무슨 묘방을 찾으려는 자세는
옳지않다. 수출부진은 감기몸살과 같이 일시적으로나타난 증상이 아닌
우리경제의 구조적 질병이라면 대증료법으로는 대처할수 없다. 수출부진의
원인을 뿌리부터 고쳐야 하는것이다.
산업의 국제경쟁력이란 하루아침에 강화되지 않는다. 질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상대적으로 값싸게 만들수 있으려면 모든 경제주체,모든
경제부문이 제몫을 다하고 협력해야 하며 장기적인 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 다시말해 즉각적인 효과를 나타낼수 있는 방안은 많지않으며 그런
방안만을 찾으려고 서두르다보면 문제를 풀기는 커녕 원점만 맴돌 뿐이다.
근로자,그리고 학계의 시각은 조금씩 달랐지만 "우리모두의 탓"이라는 데에
견해를 모을수 있었다는 것은 우리의 문제를 풀어갈수 있는 실마리를 찾은
것이나 다름없다.
공동책임이라는 것은 책임의 소재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각경제주체가 각기 맡겨진 역할을 충실해 해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이는 실로 위대한 발견에 비유될수 있다.
왜냐하면 그동안 우리 사회분위기는 잘못을 모두 남에게 돌려버리고
스스로는 할 일을 다했다고 우기는것이 통해왔기 때문이다.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서 우선 필요한 것은 산업의 경쟁력강화이다.
가격과 품질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코스트를 줄이는 통화금융정책이
필요하고 기술개발을 위한 환경조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뛴다.
일부 기업과 기업인의 잘못된 행태에 문제가 있는것은 사실이지만 기업의
역할과 사회적 기여에 대해서는 정당하게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생산현장의 인력난과 근로의욕 감퇴 역시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서
풀어야할 과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땀흘려 일하는 것이
보람있도록,또한 근로자등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사회에 번지고 있는
일더하기운동등 5대더하기운동이 산업현장에 뿌리내릴수 있게하는 정책적
배려 역시 필요하다.
기술혁신도 결국 경제전체의 혁신(이노베이션)이 뒷받침돼야 한다.
연구개발투자를 늘리는 일 못지 않게 교육의 내용을 보다 충실히하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오늘의 질낮은 교육은 결국 내일의 기술수준을 떨어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간접자본시설의 부족을 해소하는 일은 그야말로 장기적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 당장 효과를 낼수 있는 방법을 찾는것은 무리다.
그렇기때문에 더욱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뭐니뭐니해도 우리경제의 근본적인 약점은 산업의 체질이 약하다는데
있다.
조립산업은 상당한 정도의 수준에 올라 있으나 중간재생산기술의
취약성으로 중간재 수입의존도가 너무 높다. 기술수준이 낮고 중소기업이
발달되어 있지 않은등의 이유로 부품 소재산업이 낙후되어 있고 이는
한국경제의 체질을 약하게 할뿐 아니라 무역적자의 근본원인이 되고 있다.
외국으로부터 핵심부품이 수입되지 않을때 산업의 기반이 흔들린다고 하면
이는 바로 경제적 독립을 위협받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부품.소재산업등
중간재산업을 육성하는 일은 장기적인 과제다.
그런데도 즉각적인 효과를 보려는 정책태도는 오히려 해롭다. 일더하기
운동등 당장에 실천할수 있는 것이 있고 산업구조조정등 장기적 구조적으로
펼쳐야할 것이 있다.
산업구조조정에 주력하면서 우리의 가치관,노사간협조,정부의
역할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 웨어(soft ware)의 개발에 우리가 눈을
돌려야 한다. 이것이 무역의 날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