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우리가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것은 고르바초프가 옐친과의 회담에
앞서 "한사람의 정치인으로서 시대의 흐름을 거역할수 없다"고 발언한
용기와 그가 세계사의 흐름을 바꿔놓은 인물이라는 역사적 사실이다.
남이 애써 해놓은 일을 뒤에 이러쿵 저러쿵 평가하기는 본래 쉬운 법이다.
막 공개된 제3차국토종합개발10개년계획이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정부관련부처 요원과 민간 전문가들이 2년가까이 씨름하고 다듬어 완성한
이 계획에 관해 지금 잘되고 잘못된점을 말하는건 적절하지 못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고심작이라기에는 너무 허술하고 빈 구석이 많아
간략하게나마 짚고 넘어가야할 필요를 느낀다.
이번 계획은 총괄적으로 평해서 내용보다 모양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
인상이다. 이런 계획은 원래 목표중심으로 짜여지고 실천계획이나
수단,그에 얽힌 문제점들은 일단 덮어두는 경향이 있다. 장래를 예측하기
어려울뿐 아니라 실행과정에서 수정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20년간 두차례의 10개년개발계획을 입안 실행한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
어떤 형태로든 발전적으로 3차계획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하다.
우리에게는 지금 가급적 분명한 비전과 초점,그리고 현실적 실행가능성과
정부의 뚜렷한 실천의지가 담긴 장기국토개발계획이 필요하다. 막연하고
선언적 상징적인 계획은 쓸모가 없다.
10개년계획이라지만 20년 혹은 반세기앞을 내다보는 계획이어야한다. 즉
비전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향후 10년간 추진할 개발계획의 기본방향과
역점분야가 가급적 확실하게 제시되어야한다. 국토의 균형개발과
수도권집중억제를 2차계획에 이어 되뇌고 모든 지역에 혜택을 골고루
나누어주는 식의 개발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으로는 곤란하다.
가령 국토의 동서남북 전역에 첨단과학산업기지를 조성하고 충청 호남에
신산업지대를 집중 육성하는게 곧 균형개발이고 수도권과밀대책일수는
없다. 지역 특성을 살리고 조화를 생각한 개발계획이어야한다. 또 실행에
예상되는 문제,가령 원자력발전소 핵폐기물처리장 쓰레기및 하수처리장등
주민기피시설과 화학 염색 도금공장등 공해산업설비의 입지문제가 최소한
기본원칙만이라도 선결되지않으면 안된다. 게다가 엄청난 재원조달문제도
어느정도 분명해져야 탁상공론에 그치고마는 계획을 면할수 있다.
통일시대에 대비한다면서 비무장지대개발과 심지어 평화통일동산조성
계획까지 나열한것은 역시 내용보다 모양에 관심을 쓴 증거다.
계획은 어차피 그렇게 되었다치고 집행과정에서 많은 보완이 있어야겠다.
특히 수도권과밀 대책으로서의 지방생활환경개선과 전국토의 환경대책에
초점을 모아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