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년인 내년은 원숭이 해.
잔나비라고도 불리는 원숭이는 동물의 발가락 숫자를 기준으로 그
순서가 배열됐다는 12지지에서 아홉번째, 시간으로는 신시(오후 3-5시)에
해당된다. 이 시간에 원숭이가 울음소리를 제일 많이 낸다는 것.
무덤 주위에 배치된 12지신상에서 원숭이상은 남남서에 위치한다.
열대지방 동물로 무리지어 다니는 원숭이는 예부터 정이 많고 화에
능한 동물로 대체적으로 긍정적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 정많고 화에 능해 긍정적 이미지 지녀 ***
정이 많은 동물로서의 원숭이를 둘러싼 이야기 가운데 유난히 원숭이
부부의 순애보와 자식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것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부부 원숭이 가운데 부인 쪽에서 병이 나 어쩔 수 없이 부부를
별거시켰더니, 그날부터 남편 원숭이가 식사를 거르고 몸져 누워 황혼
무렵이면 고독에 못이겨 울부짖더니 며칠만에 부인이 병사하자 상심에
겨워 얼마 안가 그 역시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는 국내외 동물원
사육사들의 이야기에 단골로 등장한다.
''단장의 술픔''이라는 단어도 바로 원숭이의 자식사랑에서 비롯된
말이다.
중국 고사에 환공이 원숭이새끼 한마리를 주워 갖고 오는데 그
어미원숭이가 수백리 따라오면서 애걸, 끝내는 몸을 던져 자결했는데
뱃속을 들여다보니 창자가 촌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숭이가 자라지 않기 때문에 예부터 귀하고 소중한
동물로 여겨져 왔다.
부여군 초촌면 소사리에 있는 <원숭이 못>에 관한 전설 한 토막.
원숭이가 젖먹이 아이를 데리고 놀다 잘못하여 뜨거운 물에 데자 천연
약수 못에 데리고 와 그 물에 씻기어 낫게 하였다는 것이다.
또 옛날의 교통수단이었던 말과 노새를 원숭이와 함께 기르면 말과
노새가 병이 들지 않는다는 속설도 길한 동물로서의 원숭이를 나타내주는
것이다.
원숭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나라 가운데 인도가 대표적일 것이다.
힌두교의 신앙대상으로 도처에 원숭이신상이 있으며 불교에서도
원숭이에게 신의 대행자로서의 역할을 맡기는 이야기가 많다. 손오공도
그 한 예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드리 와이즈 몽키즈>라는 속담도 있다. 눈을 가린 원숭이, 귀를 막은
원숭이, 입을 막은 원숭이 세마리로 눈이 있으되 보지 않고, 귀가 있으되
듣지 않고, 입이 있으되 말하지 않는 군자의 이상을 암시한 교훈이다.
그러나 인간과 가장 비슷하고 꾀가 많고 흉내를 잘 내는 원숭이의 속성
때문에 거부반응도 있다.
옛사람들은 원숭이상을 가진 사람을 재수없어 했으며 원숭이 이야기를
아침부터 하는 것도 금기시 했다.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동물들을
즐겨 그리는 화가들도 원숭이 그림은 거의 그리지 않았다.
재주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원숭이의 자만심으로 인생사를 빗대어
교훈을 얻게 하는 이야기도 많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 속담도 비슷한 이야기.
이러한 예는 특히 원숭이 이미지가 부정적인 중국에 많다.
자신의 능란한 운동능력을 과시하다 화살의 집중사격을 받고 죽은
원숭이 이야기라든가 <호표는 가죽에 아름다운 무늬가 있기에 화살을
맞고, 원숭이는 동작이 민첩하기에 우리 속에 갇힌다>는 회남자의
이야기도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다.
곧 특출나고 유용할수록 겸손하지 않으면 오히려 화를 입는다는
가르침인 것이다.
인간의 조상이라는 유인원은 어른이 되어 최고로 지능이 발달해도
사람의 지능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가장 영특한 침팬지의 지능도
겨우 사람의 3세때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45개 왕릉 가운데 7개 왕릉에 12지신상이 세워져
있는데 가장 유명한 것이 괘릉과 김유신릉이다.
김유신릉에 있는 십이지신상 가운데 칼 찬 원숭이부조상은 특히
유명하여 <한국 미술5천년전>에 출품되어 미국 등지에서 전시됐을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