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12월말 결산법인 감사채비에 한창 분주해야할 회계사들이
올해는 어깨를 늘어뜨린채 풀죽은 모습을 하고있다.
그동안 설마하며 넘어왔던 부실감사에대한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투자자들로부터 제기됐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부도가난 상장기업이 유난히 많아 투자자들의 인식전환과 함께
부실감사 책임을 묻는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 공인회계사들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고있다.
또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우리와는 달리 "고소한다"(I Sue You)를
일상용어로 사용하며 자주 실행에 옮기는 미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의
투자가 가능해져 회계사들의 손길이 제대로 놀려지지않고 있다.
자본주의의 파수꾼을 자처하는 회계사들의 부실감사는 실상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제까지 부실감사결과는 순익 과대 또는 과소등을 지적하지 못하는
비교적 가벼운 사안이 주류를 이루었다.
따라서 투자자들의 손실도 그리 크지 않은데다 소송에 따르는
번거로움등으로 주주 채권자등 감사보고서 이용자들이 대체로 관용을
베풀어왔다.
그러나 이번에 소송이 제기된 흥양의 경우 회사가 적자인 손익을 흑자로
둔갑시키고 부채를 과소계상한 재무제표를 제시한데대해 감사인이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작성됐다며 감사의견으로 "적정"을
내놓은데서 문제가 비롯되고 있다.
대부분의 감사인들은 흥양의 경우 정사가 아닌 시사만으로도
분식결산결과를 쉽게 찾아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일부에서는 감사인이 앞장서서 재무제표를 작성해주지 않았나하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인회계사업계에서는 그동안 감사를 전혀 하지않고 감사보고서와 현찰이
바로 맞바꾸어진다는 믿어지지않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한정"보다는 "적정"의견의 대가가 훨씬 높음은 물론이다.
"감사의견 쇼핑"이라는 기업과 감사인간의 암시장이 있음을 의미한다.
감사인의 생명과도 같은 독립성(기업의 부당한 요구에 저항할수 있는
힘)이 결여돼있으며 기본적인 직업윤리조차 내팽개쳐져있음을
드러내고있다.
이처럼 공인회계사의 공신력이 땅에 떨어진데대해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감사를 맡기위한 과당수임경쟁 때문이라고 주장하고있다.
피감사인이 감사인을 선정하는 수임경쟁제도에서 문제가 비롯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우리나라의 제한 수임경쟁과는 달리
완전자유수임제도아래에서도 감사인의 사명을 다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감사인의 독립성과 공정성은 공인회계사 스스로가 지키도록 노력하고 이를
발전시켜야 할 성질의 것으로 배정제도와 같은 특정 제도로는 해결될 수
없다.
그러나 부실감사를 단순히 회계사만의 탓으로 돌릴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과당경쟁을 불가피하게 해야만하는 약점을 이용,감사인을 매수하려는
기업들의 의식도 하루속히 바뀌어야한다.
결국 회계제도는 감사인 피감사인 이용자등을 둘러싼 감사환경이
안정되고 이들 3자가 서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때 제기능을
발휘할수 있다.
아울러 자본시장 개방으로인한 국제화추세에 발맞추어나가기 위해서는
회계제도의 국제화가 요구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