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말을 맞아 동창회 향우회등 각종 연고의 망년회가 판을 친다.
한해를 보내는 회포를 서로 나누자는 애틋한 뜻이 있겠으나 인맥다지기의
의도도 숨어있다. 이를 바탕으로 각종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 한국적
역기능도 있다. 줄만 잘 잡으면 사업에 성공하는 것이 우리의 풍토인
것이다. 그러니 좋은 물건만들기 보다는 좋은 인맥찾기에 더 열중이다.
이래가지고서 미.일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인가.
물건이 귀할때엔 아무것이나 만들기만 하면 팔리고 또 큰돈을 벌수 있다.
상품에 결함이 있다하더라도 소비자는 별로 할말이 없게된다. 이런 사례는
경제발전초기단계의 나라들이 거의 대부분 경험했다.
그러나 경제가 한단계씩 발전하면 이런 사례는 사라진다. 더좋은 품질의
상품을 상대적으로 싸게 만들거나 최고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서는
경쟁에서 이길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품질로 경쟁하지 않고서는
오래 버틸수 없다. 이게 엄연한 경제론리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이만큼의 수준까진 왔다.
그러나 현재 한국경제는 더이상 뻗어나갈 힘을 잃고 있다. 한마디로 모든
부문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역적자가 늘어났다는 것은
우리상품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을 그대로 나타내는 뚜렷한
증거다.
우리의 상품은 해외시장에서는 물론 국내시장에서 경쟁국의 상품에 밀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수출은 부진하고 수입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것이다.
이를 타개하기위해서 품질경쟁력 가격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만큼 경쟁력강화에 힘을 쏟고 있는가. 좋은물건
만드는 일에는 소홀하면서 고객확보 시장확보를 위한 전략을 세운다고
한다면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국내시장이나 해외시장을
파고 들기위한 마케팅활동은 필요하고도 중요하다. 그러나 상품과
서비스의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 마케팅활동은 결코 성공을 거둘수 없다.
좋은 물건이 아니고서는 시장을 파고들수 없다. 이건 시장경제체제가
가르치는 교훈이다. 겉모양과 색채,그리고 화려한 포장으로 상품의 가치를
높이려고 해도 결국 상품 그 자체의 품질이 우수하지 않는한 소비자의
평가를 받지 못한다.
물건은 적당히 만들어 놓고 각종 연고조직을 통하여 판촉활동을 벌이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경험해왔다. 이 경우 판촉활동을 해야하는 사람이나
그대상이 되는 사람들 모두가 다같이 괴롭다. 그렇다고 해서 판촉활동이
불필요하다거나 중요성이 덜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판촉활동보다 좋은 상품을 만드는 일이 앞서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이야기다. 품질좋은 물건을 상대적으로 값싸게 공급할수 없는한
개별기업은 물론 산업전체가 버틸수 없다.
가격경쟁력 품질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기업이 정상적인 생산활동을 통해 적정이윤을 남길수 있게 금융비용부담을
줄여야하고 근로풍토를 확산시켜야 한다. 실세금리가 20%수준인 자금을
가지고 이윤을 낼수 있는 사업이 어떤것이 있겠는가.
또한 기술혁신과 기술축적이 경쟁력을 높일수 있다는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기술개발의 중요성만을 계속해서 외쳐오면서도 정책은
현실성이나 구체성 지속성의 결여로 기술개발문제는 언제나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 지금은 기술개발의 중요성만을 되뇔때가 아니다.
기술개발의 결과를 평가하고 그 위에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때다.
기업이 기술개발에 주력하려면 기업 스스로의 노력은 물론 금융.세제상의
여건조성이 필요하다. 기술개발이란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다. 그건
가능성에 대한 하나의 도박이요,도전이나 다름이 없다. 따라서 기술개발에
전념할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하는것이다.
이제 연고를 앞세워 상품을 팔고 사는 시대는 지났다. 품질로
국내외시장에서 경쟁하고 이겨야 한다는건 우리경제가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지금까지는 적당히 물건을 만들면 국내시장에서만은
버틸수 있었다. 그러나 개방물결을 타고 쏟아져 들어오는 외국상품에
국내시장마저 빼앗길 위기상황에 우리는 놓여있다. 언제까지 소비자에게
애국심을 발휘할 것을 강요할수 있는가. "아주머니 떡도 싸야 사먹는다"는
우리속담이 있다. 질이 떨어지고 값도 비싼 국산품을 계속 사쓰라는
요구는 개방화시대에 걸맞지 않는다.
비단 상품만이 아니다. 각종 서비스는 또 어떤가. 앞뒤 사정이야
있을테지만 예컨대 빈택시를 몰고 다니면서도 운전기사의 뜻에 따라 손님을
골라 태우는 일이 한국말고 세계 어느나라에 또 있는가.
상품시장개방에 뒤이어 서비스시장의 개방폭이 커지고있다. 금융 보험을
비롯한 각종 서비스업의 사정은 어떠하며 국가기간산업중의 기간산업인
교육산업의 질은 어떤가. 이제 외형이나 포장이 아닌 상품과 각종
서비스의 내용의 질을 높이는 일에 전력을 쏟아야한다.
낯선 세계시장에 나가서도 연고가 통할리 없다. 우수한 품질만이 고객을
지속적으로 늘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