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한해가 다가오고 있다. 기계업계는 올해 생산과 매출부진으로
예상외의 어려움을 겪었는데 내년에는 제반여건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전반적인 산업경기나 기업들의 설비투자계획등 기계업계를 둘러싼
경영환경을 살펴볼때 어느것하나 밝은 측면은 찾기 힘들다.
반면 업계내부의 생산능력은 대폭 확대돼 좁은 시장을 놓고 업체간
제살뜯어먹기식의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생산규모가
생산능력에 미치지 못하는데 따른 가동률하락도 예상된다. 이같은 우울한
전망은 기계공업진흥회의 자체분석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기계공업진흥회는 내년중 기계공업의 총생산규모가 52조8천8백40억원을
나타낸 올해보다 12.8% 늘어나는데 그칠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생산증가율은 지난90년의 17.1%,올해추정치 14.3%를 밑도는 것일뿐
아니라 증가율자체가 계속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부문별로도 올해 18.2%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송기계가
14.0%로 둔화되는 것을 비롯 일반기계 전기기계 금속제품등도 올증가율을
밑돌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계공업의 부진은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기업들이 내년도 설비투자규모를
대폭 축소시키고 있는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상공부가 자동차 석유화학등 16개업종의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업체의 내년설비투자계획은 17조8천7백45억원에 머물러
올해대비 13.5%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올추정증가율 18.2%를 4.7%포인트 밑도는 것이며 90년의 25.7%에
비해서는 절반선에 불과한 것이다.
경제단체및 민간연구소의 전망역시 똑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경련이
분석한 국내전체산업의 내년설비투자증가율은 10.2%로 올해수준을
5.1%포인트 하회할 것으로 분석됐고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투자증가율이
한자리숫자인 8.7%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내년도 설비투자증가율이 이처럼 저하되는 것은 불투명한 경기를 의식한
기업들이 20%안팎에 이르는 고금리를 부담하면서까지 투자에 나설 필요는
없는 것으로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따라 기계시장역시 좁아질 수밖에 없어 내년중 기계업체들은
매출증가율의 둔화,판매가격 하락,판매부대비용증가등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수요가 확대된 생산능력에 크게 미달함에
따라 점유율유지를 위한 업체간 과당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들의 실제투자금액은 통상 연초계획치를 상당폭 밑돌아왔다는
점,투자계획을 축소하거나 연기할경우 자동화추진등 기계관련투자가 먼저
대상이 돼왔다는 점등을 감안할때 기계업계의 이같은 우려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올해말부터 NC(수치제어)공작기계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업체간
과당경쟁양상은 내년도의 기계시장동향을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예로
지적된다.
NC공작기계는 지난11월부터 현대정공의 본격적인 참여가 이뤄지면서
판매가격이 큰폭의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NC공작기계는 통상 정가대비 5%안팎의 할인이 이루어지는게 통례였으나
최근엔 할인폭이 10 15%까지 확대됐고 심할경우는 20%이상의 할인이
이뤄지는 사례도 있는것으로 전해지고있다. 정상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현대정공이 시장확보를 위해 국내업체의 동종모델과 비슷한 가격으로
판매에 나서자 여타업체들도 이에 대응,값을 끌어내리고 있기때문이다.
판매조건역시 악화돼 제품을 외상으로 팔면서도 담보물을 확보치않거나
선수금없이도 물건을 건네주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것은 수요가 둔화되는데 비해 공급이 대폭 늘어난 때문.
NC공작기계업계는 내년도시장이 10%정도 확대될 것으로 보고있으나
삼성중공업까지 새로 가세케돼 있어 시장여건호전은 어려울것으로
전망하고있다.
NC공작기계뿐아니라 여타기계산업의 경우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과당경쟁양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중요분야의 하나인 중장비는
1조3천5백억원선의 생산액을 나타내 13%정도의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외형상 괜찮은 수준이지만 90년의 36.4%,올해의 26.6%(추정)에 비해선
절반에도 못미친다. 현대중장비산업 한라중공업의 생산능력확충도
예정돼있어 재고누증등의 어려움을 겪었던 올 상황이 개선되기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같은 점들을 감안할때 92년기계산업경기는 수년래 가장어려운 상황을
맞게될것이 분명하다. 정부의 국산기계구입자금지원확대등 긍정적요인도
일부 있으나 악화된 여건을 상쇄시키기엔 역부족일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