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올해부터 외화대출을 억제하는대신 해외기채를 유도하고 나서
면서부터 주식과 연계된 해외증권발행에 뜻을 두고있는 기업들의 발걸음이
부쩍 바빠졌다.
올해중 CB(전환사채)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DR(주식예탁증서)와 같은
해외증권을 발행할수있는 여건을 갖추고있는 기업은 줄잡아 60여개사에
이르고있다.
이중 이미 포철과 아시아자동차가 각각 1억5천만달러와 7천만스위스프랑의
해외증권발행계획을 확정한데 이어 추가로 해외증권발행을 준비중인
기업만도 10여개사에 달한다.
이들기업은 대부분 자금조달규모가 클수밖에없는 대기업들로 주선업무를
맡고있는 증권사들과 함께 발행여부를 결정하는 유관기관들을 오가며
발행가능성과 시기를 타진하는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막대한 사업비가 소요되는 반도체사업과 관련한
첨단시설재 도입을 위해 오는4월을 목표로 1억5천만 2억달러에 달하는
해외증권발행을 추진중이다.
삼성전자는 이를위해 당국에 해외증권발행계획의 개요를 담은 의향서를
이미 제출해두고있는 상태인데 해외증권 발행형태는 아직 유동적이다.
삼성물산의 예에 비추어볼때 DR발행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자동차도 유럽시장을 상대로 오는 5,6월께 해외CB를 발행하여
6천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쌍용자동차는 조달된 자금을 경상용차 생산라인중 도장과 트랜스미션관련
시설재도입에 사용할 예정인데 의향서를 제출하는등 당국을 상대로
발행시기등을 협의하고있다.
기아특수강은 첨단시설재 도입을 위해 발행규모 3천만달러의 해외CB
발행을 추진중이다.
기아특수강은 유럽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다는 방침으로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산업증권과 함께 관련업무를 준비하고있으나
발행시기는 아직 유동적인 상황이다.
전주제지역시 첨단시설재 도입자금을 마련하기위해 유럽시장을 대상으로
2천5백만 3천만달러상당의 DR발행을 추진하고있다.
관련기관과 상당한 합의가 이뤄져 내달중에는 증권관리위원회에
DR발행안건이 상정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해외증권발행을 추진중인
기업가운데서는 발행시기가 가장 빠른것으로 관측되고있다.
동아건설은 스위스시장을 대상으로 7천만스위스프랑의 해외CB발행을
준비중이다.
조달된 자금은 현재 공사중인 리비아대수로사업에 충당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올상반기중 발행을 완료한다는 방침아래 당국과 협의중인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건영은 유럽시장에서 해외CB발행을 통해 3천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나 당국과의 견해차로 성사여부는 미지수다.
건영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지역에 골프장또는 콘도를 건설하기위해
해외CB발행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이미 지난해중 당국에
의향서를 제출한바 있으나 당국의 제조업체 우선지원 방침으로 아직까지
승인이 보류되고있는 상태다.
이밖에 대그룹계열사중 현대그룹의 현대자동차와 현대정공,삼성그룹의
삼성항공 삼성전기,대우그룹의 오리온전기,쌍용그룹의 쌍용정유등이
첨단시설재 도입과 관련한 자금조달을 위해 해외증권발행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이처럼 해외증권발행을 원하는 기업들이 많은것은 자금조달비용이
국내보다 엄청나게 싸다는데 있다.
실제로 지난해의 경우 국내의 자금조달비용이 연20%에 육박했던데 비해
해외CB의 표면금리는 연3.5 4.0%,해외BW는 연5.5%에 불과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재무부가 올해 전체 해외증권발행한도를 15억달러로
늘리고 한기업의 발행한도도 2억달러까지 상향조정한 이후 기업들이
해외증권발행에 관심을 높이고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해외증권발행이 모든기업에 유리한것만은 아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오히려 해외증권발행을 기피하는 경향도 강하다.
그원인은 조달하려는 자금규모에 비해 해외증권 발행비용이 적지않다는데
있다.
우선 주선업무를 맡는 증권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DR의 경우
전체발행규모의 3%,CB나 BW는 2.5%안팎에 이른다.
이밖에 3개국이상에서 열어야 하는 투자설명회관련비용 변호사비용
해외증권인쇄비 기타 상장수수료등까지 포함하면 5천만달러의
해외증권발행에 소요되는 비용은 대략 전체발행규모의 3.7%에 달한다.
이러한 사정때문에 매년 지불해야하는 금리가 CB의 경우 연4%이상이 되면
오히려 해외시장에서 고정금리사채를 발행하는편이 발행기업에 유리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지난12일 삼성전자가 3천만달러규모의 고정금리사채를 발행한것도 이와
무관하지않다.
이채권의 표면금리는 연7.375%로 변동금리로 환산하면
LIBOR(런던은행간금리)+0.5%정도로 해외증권발행보다 오히려 유리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한전과 포철이 각각2억달러와 3억달러의 양키본드발행을 서두르고
있는것도 유가증권발행보다는 자금조달비용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기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올1.4분기까지는 해외증권발행이 예상보다 활발치
않을것으로 내다보는 견해가 많다.
낙관하기 어려운 국내경기전망과 관련,대부분의 기업들이 특히 신규사업의
경우 시행시기를 연기해두고 있기때문이다.
일단 경기회복기미가 보이면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활발해질 것이고
그에따라 해외증권을 발행하기위한 기업들의 움직임도 점차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증권업계에서는 예상하고있다.
<문희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