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제품의 가격은 재료비와 인건비 연구개발비 광고비등 생산 판매에
직접투입되는 코스트에다 수급관계에 따라 결정되는 마진을 합쳐 결정된다.
품질이 좋은 제품을 만들경우에는 진보된 기술,좋은 원재료와 설비,그리고
질높은 노동력이 필요하며 따라서 생산코스트는 당연히 올라간다. 또
주주에 대한 배당을 높게 유지하려면 자연히 많은 이익을 확보해야 되고
그만큼 마진폭을 크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즉 제품가격이 그몫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거꾸로 일반 보급품의 경우에는 낮은 생산코스트로 가능하다. 마진이
작더라도 제품을 저가격으로 대량 공급할수 있다.
일본과 구미각국은 모두 이와같은 자유경쟁 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동일한
수준의 품질에 대해서도 일본기업은 일반적으로 구미기업의 가격설정에
비해 낮은 경향이 있다. 왜 일까.
일본시장서는 기업간 경쟁이 아주 치열하다. 좁은 시장을 놓고 일본뿐만
아니라 전세계기업들이 뒤얽혀 경쟁을 치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역시 가격경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량생산체제로
코스트를 다운시켜야 한다. 또 대량 생산된 제품을 판매하는 판매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익을 희생하는 일이 있더라도 가격을 낮추며 매출을
늘려야 하고 시장셰어를 선점해야한다.
자동차 일렉트로닉스계 기업들은 해외에서조차 일본기업끼리 라이벌로
경쟁을 하고있다. 이러한 가격경쟁체제에 젖어있는 일본기업들이 현지에서
이겨나가기위해 국내에서와 똑같은 양태로 싸우고 있는것이다.
구미기업들은 바로 여기서 일본기업들을 "침략자"로 규정하고 "우리의
목을 조른다"며 아우성을 치게 된다.
일본은 전후 부흥기에 미군정청의 지도에 의해 종신고용제를 취하게
되었다. 이로인해 경영자와 종업원 사이에는 "공동운명체"라는 의식이
형성되었고 노사간 종업원간에 급여면에서의 격차를 거의 두지않았고
연공서열이라는 일본적 평등주의를발전시키게 되었다.
여기에다 "구미를 따라잡고 구미를 추월하자"는 공통의 목표에 노사가
일체화함으로써 기술을 익히고 생산효율을 높이며 품질을 향상시키는데
매진해왔다. 구미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발전해온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확실히 기업체질을 강화하는데는 엄청난 힘이 되었으나
이익을 종업원과 주주,그리고 사회에 환원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문제가
있다. 기업활동을 유지하는 협력회사에 대해서도 자사만의 경쟁을 중시한
나머지 무리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현재 구미의 기업들이 일본을 비난하는것도 바로 이러한 체질에서
비롯되었으며 그들이 일본기업을 "불공정한 룰"이라고 비난하고 있는
배경이 되었다. 이에따른 문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종업원 관계에서는 노동시간 급여수준면에서 구미기업과는 상당한 격차를
갖게되었다. 89년기준 일본의 총노동시간은 연간 평균 2천1백59시간인데
비해 미국은 1천9백57시간,구서독 1천6백38시간,프랑스
1천6백46시간이었다.
주주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일본기업의 주식배당은 구미기업에 비해 비교가
되지않을 정도이다. 일본이 30%인데 비해 미국은 54%,영국 66%,구서독은
50%로 엄청난 격차를 보이고있다.
이와같은 경영이념의 차이가 나아가서는 최종제품의 가격 차이를 낳게
되었고 구미기업들이 도저히 따라갈수 없는 일본기업의 가격체제를 낳게
되었다.
한정된 자원,에너지문제,환경오염등 인류공통의 문제가 산적해 있는 현
시점에서 일본기업 역시 홀로된 경영철학을 가지고는 세계인과 자리를 결코
같이 할 수 없게됐다. 보다 좋은 물건을 보다 값싸게 만들며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제조업에 관계되는 모든 사람들이 연구개발하고 노력하는 일본적
경영은 확실히 장점을 갖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는 앞뒤를
따져 일본적 기업이념을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이제부터 일본기업들이 생각해야 하고 추진해야 할 몇가지 내용을 정리해
보겠다.
첫째,풍요롭고 여유있는 생활이 되도록 충분한 휴가를 주고 노동시간을
단축토록 해야 한다.
둘째,현재의 급여가 과연 종업원들이 풍족함을 느낄수 있는 수준인가,
기업발전을 위해 공헌한 만큼의 몫이 돌아가고 있는가.
셋째,구미와 같은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해야하는것은 아닌가.
넷째,자재 부품의 구입가격 납기 등의 면에서 볼때 거래선이 불만을 가질
정도로 해오고 있지는 않은가.
다섯째,기업과 종업원 개개인이 사회구성원의 일원임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사회공헌을 해야 하지 않는가.
여섯째,환경보전및 성자원대책을 위해 얼마만큼 노력하고 있는가.
이와 같은 노력들이 선행될때 일본기업들은 구미기업과같은 수준에서의
경쟁룰을 갖게될것이며 그때가서야 비로소 구미의 일본불신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형 경영이 어째서 위험한가라는 이유를 깨닫고 대처해
나가지 않으면 일본과 일본기업은 영원히 고립의 나락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느껴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