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공과대학의 부설연구소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공학교육의 혁신과 기술개발을 선도하는 연구활동없이 기술입국을 외치는
것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연구소를 설립한다 해서 연구활동이
활발해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미 설립되어 있는 정부출연연구소
민간연구소 그리고 대학의 연구소는 그 이름만 들어도 어떤 문제든 다룰수
있는것처럼 보인다.
이들 연구소중에는 어려운 여건에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훌륭한
연구소가 있다. 그러나 이름뿐인 연구소가 많은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공대부설연구소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이름뿐인 기존의 연구소와는 다른
차원의 출발처럼 보인다. 대학연구소는 연구와 기술교육의 요람이면서
산학협동의 구심체라는 인식이 대학자체와 산업체에서 일어났고 특히
산업체의 자금지원에 힘입어 연구소설립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부설 공학연구소는 91년말현재 72개대학 118개소로 집계됐다. 올해중
공학연구소가 30 40개 출범할 것으로 추산됨에 따라 올연말에는 150
160개소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연구와 기술개발에는 사람과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만
있어도안되고,돈만 있어도 안되고 사람과 돈이 함께 투입되면서 지속적으로
어떤 과제를 잡아야 성과를 나타낼수 있다.
그동안 각연구소,특히 대학의 공학연구소가 유명무실할수 밖에 없었던
가장 큰요인은 연구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자재와 그에 따른 시설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제 산업체의 자금지원에 힘입어 연구소가
제기능을 할수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다.
이미 알려진바와 같이 대기업그룹에서는 과학발전기금 또는
이공계우수첨단인력육성기금등의 이름으로 대학에 기부금을 출연하고 있다.
이는 산학협동이 구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선진국의 기술보호장벽은 더욱 두터워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스스로 자체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기술민족주의시대에
살아남기위한 당연한 선택이다. 공학과 기술,그리고 기술에 기반을 둔
제조업을 등한히 하고 발전한 나라는 없다. 이게 역사의 가르침이다.
우리의 최대과제인 대일무역적자개선도 기술혁신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대학연구소 설립이 모든걸 푸는 열쇠일수 없다. 가장 중요한것은 교육의
질을 높이는 일이다. 세계에서 교육열이 가장높은 우리의 대학교육내용은
실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고급두뇌가 대학에서 양성되고 대학에서 배운
지식이 산업현장에서 그대로 수렴될수 있기위해서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학협동이 시작되어야 한다. 대학의 실험실습기자재는 60년대 또는
70년대에 마련된 것이 대부분이고 그러한 기자재도 없는 상황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고급인력을 대학에서 양성하라는 주문은 무리다.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다 보면 그 기초인 과학기술교육을 자칫
경시할 가능성이 있다. 기초과학기술교육과 기술개발은 불가분의 관계다.
기술은 과학을 응용하여 실용적인 개발을 하는 것이다. 기초과학에만
매달리면 현실성 실용성이 결여되기 쉽고,기술만을 중시하는 것은 씨를
뿌리지 않고 열매를 거두려는 것과 다름이 없다.
따라서 기초과학과 기술의 조화있는 발전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
서울대에서 산업체를 실질적으로 지원할수 있는 공학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산업체연구소와 기업체에서만 근무한 사람을 교수로
채용하여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는 이론보다 현장경험을
우대하려는 대학의 때늦은 각성의 결과다. 그러나 이는 이론중심으로
일관하는 교육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작은 출발에 불과하다.
과기처산하 12개 출연연구소들이 대학과 공동으로 석.박사과정을
개설했거나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인력을 활용하고 고급두뇌양성에 기여할수
있는 바람직한 움직임이다.
산학협동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기업의 대학에대한 자금지원은
계속될수 있어야한다. 예컨대 필요한 기자재와 시설은 한번 투자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최첨단장비와 시설은 곧 낡은 것이
되기때문이다. 현재 설립붐이 일고있는 대학의 연구소가 만에 하나 기업의
자금지원을 받기위한 대학의 창구역할로 전락되는 불행한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 "새로운" 연구소로서 당당한 역할을 할수있어야지 또 다른 하나의
연구소로 머물러서는 연구소설립의 의미가 없다.
이제 대학의 피나는 노력이 시작돼야한다. 아직 미비된 여건이지만
연구실과 연구소의 불이 밤늦게까지 꺼지지 않을때 기술입국의 가능성은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씨를 뿌리지 않고 결과를
성급하게 기다리는 졸속성에서도 벗어나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