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부실기업의 대명사로 불렸던 한진중공업이 올해 크게 기지개를
켜고있다. 일감이 넘치고 현장근로자들의 일손도 신바람나게
돌아가고있다. 한진그룹이 인수한 89년5월부터 현장에 상주하고있는
송영수사장을 서울 해운빌딩7층사무실에서 만났다.
-올해가 의미있는 해라고 들었습니다.
송사장=별다른 이변이 없는한 올해는 이회사가 7년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내는 해입니다. 다시말해 경영이 정상화된다는 것이지요. (한진중공업은
올해매출3천4백억원에 1백50억원의 경상이익을낼 계획이다)
-이제는 걱정이 없겠군요.
송사장=그렇지도 않습니다. 사실 지난해 노사분규만 없었으면 이익을
낼수 있었습니다. 누적적자가 많은 가운데 여전히 법정관리하에
있기때문에 큰폭의 임금인상을 하기 어려워 걱정입니다.
-법정관리는 언제 벗어납니까.
송사장=지난90년의 법원 정리계획대로라면 오는 2008년까지
법정관리기간입니다. 이 기간을 앞당기기위해서는 이익이 많이
나야합니다. 그래야 94년부터 동결채무에 대한 원리금을 매년 5백여억원씩
상환할수있고 기간도 당길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그룹의 기본방침에
따라야 할것이지만 정상화진척이 잘된다면 적어도 2000년 이전에도
가능하리라 봅니다.
-한진중공업의 중장기발전계획은 무엇입니까.
송사장=사업구조가 크게 조선과 기계.차량으로 2원화돼있습니다. 현재
7대3의 비율을 95년께6대4,2000년께에는 5대5까지 바꿀 생각입니다.
조선부문은 현재 설비를 최대한 합리화해서 기존의 실적선은 물론
초고속화물선 여객선등 고부가가치선도 건조할 방침입니다.
기계.차량부문은 환경설비및 물류기기제작에 적극 진출하고
고속전철사업에도 나설 생각입니다. 이러면 95년에는
매출이5천억원,2000년에는 1조원이상이 될것으로 기대됩니다.
-한진그룹이 인수한후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송사장=회사가 주인없이 2년넘게 표류하다보니 기가 많이 죽어있었어요.
89년5월에 인수한후 기존의 직원들을 그대로 발탁했고 경영을 유리알
들여다보듯 개방하니 이젠 사기가 많이 올랐습니다. 한마디로 주인의식이
생긴 셈이지요.
-복지후생측면을 가장 중시했다지요.
송사장=그렇습니다. 우선 현장의 급식수준을 대폭 개선했고 직원들의
해외연수등 교육비에 연간4억원을 투입했습니다. 사내 산업대학도
신설했고 인하대부설병원도 개설했죠. 직원들의 평균연령이 높아 자녀들의
장학금이 꽤 나갔습니다. 총1천2백50가구에 달하는 사원아파트건설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송사장은 총3천5백명의 직원가운데 이미 주택을
소유한 직원들을 제외하면 이것이 상당한 규모라고 했다)
-조선부문의 해외수주가 부진했는데 이유가 있습니까.
송사장=한진이 인수할때 보니 척당2천5백만달러에 수주한 배의 건조비가
3천5백만달러나 됐습니다. 척당1천만달러씩 손해본셈이지요. 게다가
기술자들이 많이 이탈해 조직이 와해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우선 수주한
배들을 조기에 인도키로하는 한편 약8억달러상당의 그룹자체물량을 즉시
투입했지요. 이 전략이 맞아떨어져 이제 비로소 해외수주에 나설수 있는
여력이 생긴것입니다.
-그룹자체물량은 얼마나 됩니까.
송사장=한진해운이 발주한 것 가운데 현재 남은 물량은 4천TEU급
컨테이너선6척,12만6천t급 광탄선1척 등입니다. 이정도만해도 1년반치
물량은 됩니다. 향후 4천TEU급 시리즈선 9척이상이 발주될 전망이고
15만t급 광탄선2척등도 발주될겁니다.
-안정된 자체물량을 토대로 해외수주에 나선다는 전략이군요.
송사장=그렇습니다. 작년부터 인도 SCI사로부터 PC(정유운반선)2척을
수주한것을 시발로 해외 수주를 본격화,최근 호주로부터 2척의 PC에대한
IL을 받았으며 이와함께 로스앤젤레스 동경 함부르크 싱가포르등에 4개의
해외지점을 설치했습니다.
-철도차량사업도 확대한다지요.
송사장=철도차량사업은 지하철시대도래,고속전철 자기부상열차수요등이
예상돼 인수후 가장 의욕적으로 참여해오고 있는 사업의 하나입니다.
다대포제작소에 지난해부터 3년에 걸쳐연평균 1백50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93년부터 1일 1량의 생산체제를 갖출 예정입니다.
-노조와의 관계는.
송사장=경영정상화정도에 따라 성장의 과실을 분배하는데 결코 인색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지난2년동안 발생된 분규에서 보듯 실정법에 벗어난
노동운동은 절대 허용치 않을 것입니다.
-회사인수후 가장 어려웠던 일은.
송사장=노조위원장의 사망으로 노사분규가 있었던 지난해5월이후
9주일동안은 살아있었지만 살았다고 할수없을 정도로 형극의
기간이었습니다. 회사가 재야운동가들에게 점거되고 뒤이어 관련자들을
고발해야했을때 인간적으로 가장 괴로웠습니다.
-경영철학은.
송사장="사람위주"와 "현장중심"입니다.
한진중공업이 창립된 1937년에 나도 태어났으니 동갑인 셈입니다. 여기서
끝낸다는 각오로 금년말까지 만3년에 걸친 1단계경영정상화를 실현하고
2000년대에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는데 밑거름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