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지를 발행하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그룹산하
정보분석자문기관인 인텔리전스 유닛(EIU)는 최근 "북한의 개혁전망과
통일한국의 모습"이란 남북관계 특별보고서를 냈다. 전세계 다국적기업의
최고경영자들에게 배포되는 이 보고서는 남북통일을 낙관적으로
전망,통일비용과 통일이후 한국의 모습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재무부가 입수해 20일 공개한 이 보고서의 주요내용을 간추려 본다.
북한의 개혁전망=북한은 73년까지만해도 1인당 GNP가 남한을 능가했었다.
그러나 그이후 계속 침체에 빠져 89년에는 마이너스 5.3%,90년에는
제로성장을 기록하는등 심각한 경제난에 처해있다.
북한은 이제 현 노선을 고수해야할지,아니면 과감한 개혁을 추구할지
어려운 선택에 직면해있으나 어느쪽을 선택해도 위험이 따른다. 개혁을
않을경우는 심각한 경제난으로 주민들의 불만과 이에 동조하는 군부및 일부
집권엘리트의 반란이 예상된다. 반면 개혁을 시도할경우 남한을 포함한
외부세계의 정보가 북한주민에게 알려지면서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최근의 북한사정과 구소연방몰락등 국제정세변화를 종합적으로 볼때
남북한은 결국 통일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수있다.
북한체제가 언제 어떤식으로 붕괴될지 (여컨대 김일성의 사망 친위쿠데타
민중봉기)정확히 예측할수는 없으나 결과는 동일할 것이다. 즉
독일통일에서와 같이 한 체제가 다른 체제를 흡수통합하는 형식이
될것이다.
남한은 통일비용과 위험을 줄일수있는 점진적인 변화를 희망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북한에서도 어느 시점에 있어 동독에서와 같은 체제붕괴가
있을것이다.
따라서 2000년까지는 분명히 통일이되며 95년까지 통일될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 그보다 더 빨리 통일될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비용과 2000년 남북한 GNP=한국의 통일비용은 엄청날 것이 확실한데
90년후반에 자딘플레밍서울사무소가 발표한 통일비용추계에선 10년간 총
1천9백억 2천억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를 연간비용으로 환산하면
현 남한예산의 절반수준에 이른다.
최근 KDI (한국개발연구원)분석에 의하면 통일비용은 더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있다. 처음 3년간만해도 1천4백억달러의 비용이 들어가며
90년대말까지는 총 2천5백억달러에서 3천억달러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있다.
통일비용에 관해 KDI는 두가지 상황을 상정하고있다.
하나는 북한이 90년대중반부터 개혁을실시하고 2000년이후 10년간 남북이
함께 북한개발을 추진하여 2010년에 경제통합이 이뤄지는 경우이며
또하나는 평양이 현노선을 고수하고 북한경제가 장기침체후 2000년에
경제통합이 급속히 이뤄지는 경우이다.
KDI는 여기에서 어떤 경우이든 남북통일은 통일시점에서 북한이 남한에
전면 흡수통합된다고 가정하고있다.
2000년에 이르렀을때 북한의 GNP는 첫번째의 경우 남한의 8%,두번째의경우
남한의 6%수준에 머물것으로 추정된다. 90년의 북한 GNP가 남한의 약10%
수준이었던것과 비교하면 어느경우든 더욱 악화된다는 전망이다.
남북한의 1인당 GNP도 각각 7.2대1,8.8대1로 90년의 5대1에 비해 격차가
더 벌어진다.
북한산업재건투자소요액=북한산업재건을 위한 투자소요액추정에 있어
중요한것은 목표연도인 2010년에 북한의 생산성을 남한의 몇%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남한의 70%수준을 목표로 한다면 90년가격으로 2001년에서 2010년까지
1조달러가 필요하며 남한의 40%수준을 목표로 한다면 70%를 목표했을때보다
3분의1 수준의 투자면 족할것이다.
이처럼 북한산업재건을 위한투자지출은 첫번째 경우와 두번째 경우가 큰
차이가 없으나 보조성경비(Non-Productive Expenditure)는 큰 차이가 있어
전체 통일비용에도 차이가 발생한다.
결국 남한정부의 추가적인 정부지출소요는 북한이 90년대에 경제개혁을
실시한다는 첫번째의 경우에는 연간 90억달러 수준이면 되나 계속
김일성주의를고수한다는 두번째의 경우에는 이의 3배인 약 2백40억달러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첫번째의 경우는 북한도 경제개혁을 추구해오기때문에 소요비용의
거의 반을 부담하는 반면두번째의 경우에는 남한정부가 소요자금의 거의
90%를 부담해야한다.
이같은 KDI분석의 문제점은 남북이 2000년에 가서야 통일을 이룬다는 것과
북한이 90년대에도 2 3%의 성장을 지속할수 있을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우리의 견해로는 남한이 앞으로 2 3년안에 KDI가 상정한 두번째경우,즉
북한이 김일성정주의를 고수하고 경제개혁에 실패하는 상황을
맞이하게된다는 것이다.
이경우 한국정부는 10년동안 투자자금으로 매년 90억 1백억달러에다
보조금으로 60억 1백60억달러를 지출해야한다.
민간부문의 부담은 얼마나 될까. 북한산업의 재건을 위해서는 최소 매년
3백50억달러 이상이 투입되어야한다.
문제는 남한이 엄청난 통일비용을 포함해 과연 통일에 따른 전반적인
문제를 감당할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분히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남북통일 낙관론의 근거=낙관론의 근거는 첫째한국인의 자신감에 있다.
한국은 "불가능이란 없고 기적도 가능하다"는 것을 실증해왔으며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이같은 자신감은 중요한 자산이 될수있을 것이다.
둘째 동서독의 선례를 통해 값비싼 시행착오를 피할수 있다는 점이다.
후발개도국으로서 선진국의 발전사례를 따라 압축성장을 성공적으로
달성했듯이 한국은 동서독을 교훈삼아 통일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수 있다.
셋째 계획적인 통일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동서독의 경우 통합에 따른
제반문제가 거의 자유방임주의 원칙아래서 무계획적으로 처리됐으나 남한은
비록 과거와 같은 강력한 힘은 없더라도 정부의 리더십아래 계획적으로
통일에 따른 문제를 처리할수 있다.
넷째 북한주민은 현상태보다 더 나빠질수 없다는 점도 들수 있다. 동독과
북한의 근본적차이는 동독의 경우 통일초기에 공산주의체제에서보다
일시적으로 생활이 더 악화될수 있었으나 북한은 생활수준이 너무 낮아
통일이 이뤄지면 즉시 뚜렷한 생활수준개선이 가능하다.
다섯째 정부 단독으로 통일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남한정부는 민간부문에서 비용을 분담토록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다.
민간부문도 독일의 경우에 비해 보다 기꺼이 비용을 분담하려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목적의식도 동서독보다 뚜렷하다. 대부분의 한국인에게는
통일이 그들 일생에 가장 중요하고 감격스런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감정은 한국인들로 하여금 수년간 남북통일에 따른 희생을 감내할
보다 뚜렷한 의지와 의욕을 가질수 있도록 할것이다.
통일한국의 정치와 사회=남북통일이 되면 북한은 통일을 이룩한 남한의
여당을 지지할 것이며 야당지도자에 대한 지지가 줄어들게되고
지역감정문제도 뒷전으로 물러날 것이다.
또 북한지역을 바탕으로한 지역주의적 정당은 나올가능성이 적다.
북한에서의 전통적인 지역라이벌인 평안도와 함경도가 새로운 투자유치를
위해 각각 싸우는 양상을 보일 것이다.
북한의 경우 노동인력중 여성인력이 반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통일이되면 실업문제해결의 방안으로 여성을 가정으로 되돌려보내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통일한국은 일본을 능가할수 없고 동아시아의 제2인자밖에 될수없을
것이다.
<육동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