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7일 3개투신사에 연리 3%로 2조9,000억원의 한은특융을
지원하는 내용의 "투신사 경영 정상화대책과 근로자증권 저축제도
확대방안"을 발표하였다. 특융지원은 증시가 어느정도 회복될 때 까지
계속하되 특융지원에 따른 통화증발을 막기 위해 같은 규모의
통화안정증권을 투신사가 인수하며 원리금상환을 정부가 보증하고
국회동의를 받을 예정이다. 이밖에도 연리 3%로 3,000억원의 국고자금을
추가지원하며 주식형 근로자증권저축의 가입대상 및 한도의 확대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3개투신사의 경영상태가 지금처럼
나빠진 것은 지난 89년12월 증시부양조치로 2조7,000억원의 은행대출금으로
주식매입을 하면서 부터이다.
당시 840선이던 종합주가지수는 지금 580선까지 떨어져 엄청난
주식평가손실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빚이 빚을 부르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었다. 지난 4월말 현재 3개 투신사의 빚은 5조9,000억원으로 한해
이자만 7,000억원이 넘는데 영업이익은 3,000억원 규모에 불과해 이자가
이자를 새끼치는 실정이다. 정부는 투신사의 경영압박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해에 이미 연리 3%의 낮은 금리로 1조5,000억원의 국고자금을
지원하였으나 별효과를 얻지못했다. "12.12조치"라는 인위적인
증시부양조치로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채워진 상태에서 뽀족한
정상화방안도 없이 내버려둔 결과 투신사의 경영난은 비상조치가 없이는
해결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사정이 일반투자자들에게
알려지자 최근 지방투신사인 한남투신에서 하루만에 수십억원의 환매사태가
벌어지고 이러한 불안심리가 서울의 3개 투신사에까지 번져 거액의
자금인출소동이 있었다. 결국 투신부도와 이에따른 신용공황의 가능성을
걱정한 정부가 중앙은행의 발권력 동원운운했던 "12.12조치"당시의
호언대로 투신정상화와 증시부양을 위해 다시한번 한은특융이라는
비상조치를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증시대책에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점은 무엇인가. 먼저
이번 대책의 성격이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한은특융으로 투신사의
이자부담을 덜어줌으로써 빚이 계속 쌓이는 것을 막고 투신사 보유주식의
투매를 막는 목적이라면 이번 조치는 불가피하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를 통해 증시부양을 꾀하고 이틈을 타서 보유주식의 평가손실을
덜어 보려는 뜻이 있다면 자나친 욕심이다. 그러나 증시대책에 한은특융
뿐만 아니라 다른 증시부양대책도 포함되어 있어 정책당국의 의도를 의심케
하고 있다.
또다른 문제점은 정책결정과정이 공개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한은측의
주장대로 한은특융이 투신지원을 위해 동원되는것이 한은법에 어긋나는
것인지,3조원에 달하는 한은특융이 투신정상화를 위해 충분한
금액인지,특융지원금의 회수대책은무엇인지 충분한 논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어떤이는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고 할지 모르나 공개적인
정책논의를 통한 국민적인 합의도출은 정책내용이 비상조치일수록
중요하다고 본다. 따져보면 과정을 무시한 행정만능주의가 오늘의
어려움을 가져온 원인이라고 할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강조할 점은 특융지원을 최소화하고 가능한한 빨리 회수하기
위한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부실기업정리를 위한 과거의
특융지원때에도 지원자금의 회수가 흐지부지되어 특혜시비를 불러 일으킨
기억이 새롭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이나 농어촌과의 형평문제는
접어두더라도 특융이 엄청난 국민부담을 지운다는 점에서 특융규모는
최소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투신사의 민영화와 국고지원확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투자신탁업은 많은 증권회사나 다른 금융기관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유망한 업종이다. 따라서 투자신탁영업을 허가해 주는 대가,또는 영업권에
대한 일종의 권리금으로 투신사의 빚을 분담하게 하는 방안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투신사의 빚도 자연히 없어지고 한은특융에 따른 국민부담도
덜수있으며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통해 고객에 대한 서비스향상과
투자신탁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매입매수종목과 금액까지 재무부의
간섭을 받는 현재의 투신사들에서 경영효율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투신사부실의 책임을 나누어진다는 의미에서도
국고지원을 늘려야 한다. 국고자금의 여유가 없다고 할 수 있고
국고지원의 형평성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은특융의 형평성도
문제가 없지 않은데 국고지원의 형평성만 문제삼을수는 없으며 선거를
앞두고 재정긴축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최대한의 국고지원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투신사부실의 원인이 된
89년말의 "12.12조치"의 책임규명이다. 당시 증권사들의 정치자금
모금사실과 함께 온갖 뜬 소문이나돌았던 점을 고려하면 증시대책의 입안과
집행과정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할것이다. 일부에서는 공무원의
책임을 물어봐야 별수 있겠느냐는 반론도 있을수 있으나 앞으로 이같은
불행이 다시 없기 위해서도 법과 권한을 벗어난 무리한 정책집행의 책임을
묻지 않을수 없다. 또한 정치권의 개입여부와 증권회사들의 책임도 이번
대책이 국회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반드시 밝혀져야겠다.
경제난을 극복하는 능력이 정치권에 요구되는 당면과제라면 14대
개원국회를 주목하는 국민들의 눈을 무시해서는 안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