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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자칼럼 > 보리피리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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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10년전까지만 해도 보릿고개라는 말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었었다.
    해마다 4,5월이 되면 묵은 곡식은 다 떨어지고 햇보리가 여물지 않아
    농가에서는 굶주리기를 밥먹듯 해야만 했었다.

    시인 이영도의 "보릿고개"라는 시에 나타난 정경은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먹던 그 시절의 어려움을 가슴에 와 닿게 하고도 남는다.

    "사흘 안끓여도/솥이 하마 녹슬었다/보리 누름철은/해도 어이 이리
    긴고/감꽃만/줍던 아이가/몰래 솥을 열어 보네"
    그처럼 우리를 괴롭히던 보릿고개의 망령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것은
    70년대후반 쌀 보리등 주곡의 자립화가 이루어지면서 부터였다.

    그뒤 소득향상에 따라 식품의 고급화와 다양화가 이루어지면서 쌀이
    남아돌게 되자 보리는 주곡으로서의 위치를 빼앗기고 별식의 곡물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을뿐이다. 근년에는 고작해야 건강식이나 혼식의 용도
    이외에는 식탁에 올려지지 않고 있으니 격세의 느낌을 떨쳐 버릴수 없다.

    그 여파는 봄철 들녘에서 보리밭의 싱그러움을 찾아 보기 어렵게
    만들었다. 휴경된 황량한 들판에선 산업화의 물결이 가져온 농촌의 이농과
    공동화의 면면을 실감하게 된다. 애써 보리농사를 지어보았댔자 품삯마져
    메워지지 않는다는 농민들의 탄식이 나올수 밖에 없는것 또한 합당한 일이
    되었다.

    이제 보릿대를 꺾어 피리를 불어대는 어린이들의 모습도,보리서리로
    굶주린 배에 포만감을 만끽하는 농민들의 모습도 옛 추억거리가 된
    세상이지만 한가닥 아쉬움은 남는다.

    엊그제 서울 한복판에서 보리를 수확했다는 소식은 시민들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도 남음이 있다. 한강관리사업소 직원들이 한강고수부지 5곳의
    빈땅 2만3천여평에 보리를 가꾸어 첫 수확을 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고
    한다.

    제 고장에서 추방된 보리가 한강의 모진 추위와 바람을 이겨내고 따스한
    봄의 아지랑이와 햇볕을 온 몸에 받으면서 고개를 숙이기까지에는
    관리사업소직원들의 알찬 꿈이 깃들여 있었다. 고향을 떠나온 시민들에게
    향수를 심어주고 학생들의 산 교육장으로 만드는 한편 그 소득을 불우한
    이웃들에게 보태주겠다는 것이다.

    그들의 꿈 못지않게 한하운시인의 시심과 같은 낭만이 한강변에
    되살려졌으면 하는 바람이 외람된 욕심일까. "보리피리 불며/봄 언덕/고향
    그리워/피고 닐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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