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의 경우 어둠침침한 검은색계통의 실내장식과 방청객의 열기로
웬만큼 긴장하지 않으면 판사들은 "실수"하기 일쑤다.

일부 판사들은 "밤을 새워 판결문을 쓰는 작업보다 법정에서 졸음쫓기가
훨씬 힘들다"고 고백할 정도이다.

이 법정졸음은 재판장보다 좌우의 배석판사들이 더큰 고통을 받고있다.

이들 배석판사는 재판이 진행되는동안 특별히 하는일이 없는데다 기록을
통해 이미 내용을 뻔히 알고있는 원.피고의 지루한 진술을 듣다보면 졸음이
오기게마련이다.

이들은 특히 점심식사를 끝낸직후 시작되는 오후재판은 차라리 지옥이라고
털어놓는다.

서울민사지법의 K판사는 "점심식사 이후의 오후재판에서는 졸지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라며 "방청객들에게 본의 아니게 결례를 하게된다"며 고충을
실토했다.

L판사는 "1주일에 10여건을 판결,선고해야하기 때문에 언제나 잠이
모자란다"며 "쏟아지는 졸음으로 법정에 앉기가 두려울 때도 있다"고
졸음이 주는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P판사는 "식곤증이 밀려오는 나른한 오후재판보다는 차라리 걸프전에
출전,싸우는 편이 훨씬 쉬울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서울형사지법 배석판사들은 졸음참기가 민사지법보다 몇 배는 더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K판사는 "검사의 피고신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지만 중간중간에
엄습해오는 졸음을 쫓느라 진땀이 날 정도"라고 말한다.

서울민사지법 합의과에 근무하는 한 사무관은 "몇년전 배석판사가 너무
피곤했기 때문인지 법정에서 코를 골며 자는 바람에 부장판사가 민망해
휴정한 해프닝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사무관은 "법정에서는 판사들뿐만 아니라 변호사 방청객들도 조는
경우가 많다며 내부장식을 좀더 밝은색으로 바꿨으면 좋겠다"는 개선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수년간 계속돼온 "잠과의 전쟁"때문인지 판사들마다 독특한 졸음퇴치법을
갖고있다. 이 퇴치법은 후배판사들로 이어져 내려오고있다.

H판사는 선배로부터 연필을 손가락사이에 끼워 누르는 자학방법으로
졸음퇴치에 나서고 있다. H판사는 "졸음이 심할수록 누르는 강도가 더
심해지는데 재판이 끝나면 손가락사이가 시뻘개진다"며 "학생들에게도
권할만한 것"이라고 웃었다.

형사지법 L판사는 졸음을 도저히 못참게 될경우 이를 악물고 허벅지를
사정없이 꼬집어 위기를 넘긴다며 나름대로의 퇴치법을 전한다.

같은 법원의 K판사는 "귀를 잡아당겨 졸음을 쫓는다"며 "효력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머리카락을 쥐어뜯어 방청객들에게 판사로서의 권위와 예의를
갖추기 급급하다"고 말했다.

지난19일 오후 서울민사지법에서 재판과정을 지켜본 한 방청객은
"법정안이 어둠침침한데다 더워 졸기에 딱 알맞다"며 "판사들이 격무로
인해 "고개를 꾸벅이는"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며 판사들을 변호했다.

그는 이어 "법정안이 방청객을 위해서도 더욱 밝고 시원했으면 좋겠다"고
개선책을 촉구했다.

<고기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