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광복직후의 시기를 다루는 강연이 한군데 있었는데 그 곳에서
흥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강연이 끝난 후에 그 당시 현실정치에 상당히
깊이 간여했던 인사의 증언을 겸한 의견개진이 있었다. 이분은 광복직후의

짧은 기간을 제외하고는 일체의 정치활동을 하지 않았는데 그 까닭인즉 그
때의 경험으로 보아서 우리나라가 잘 안되는 원인은 "애국자가 너무 많은데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광복을 맞아 우리민족이 환희했던

것은 물론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어느 한군데에서는 적어도 기뻐날뛰기
보다는 반성하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어야하지 않았는가 생각된다. 국내
국외를 막론하고 실제로 일제의 한반도통치에 심각한 위협이 될수 있을만한
세력의 결집을 우리가 보유한 일도 없었다. 국민적 통합을 이룩하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할 역량도 미비하였다. 경제는 특히 일제말기의
정책으로 파탄상태에 있었다. 국제정세는 미.소의 대결태세로 새로운

소용돌이를 빚고 있었다. 어느 한곳을 돌아보아도 자만하고
기뻐하기보다는 부끄럽게 여기고 걱정할 일들만 있었다. 그런데 웬
애국자들의 사태이었는가?"절세의 애국자""만고의 영웅""민족의

지도자""국부".. 광복이후 수많은 지도자들에게 쏟아진 자칭 타칭의
찬사와 칭호들을 한데 모아 본다면 아마도 우리나라가 세계 초특강대국급의
나라가 되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이다. 그 뿐이겠는가.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지사 투사 열사.등이 끊임없이 이어나왔고 해외에서도

"준"영웅에서 "소"지도자 "예비"영웅급 인물들이 속속 귀국하지 않았는가.
모두가 당당하고 자신에 차 있었으며 어느 누구도 자성자괴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도 우리정치는 별로 뛰어난 성취를 이룬것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