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배경과 과정을 둘러싸고 1년반가까이 논란을 빚어온 노동생산성지수
체계개편이 끝나 신지수가 발표됐다.

한국생산성본부는 20일 전반적인 고용구조의 변화를 반영하면서
노동생산지수체계 자체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지수개편에
착수,투입노동량산정기준을 연근로일수와 월말종업원수 기준에서 실제
근로시간으로 변경하는 대신 비상용근로자및 종업원 10인미만 사업장의
근로자까지 포함시키도록 지수체계를 개선했다고 밝혔다.

개편결과 지난해 물적노동생산성중 상용근로자기준 노동생산성증가율은
13.0%,생산직근로자기준 증가율은 16.3%로 구지수체계로 산출했을 때보다
각각 0.1%포인트와 0.7%포인트가 높게 계산돼 종전의 노동생산성이
과소평가 돼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작년의 경우도 부가가치기준
노동생산성증가율(불변부가가치.전산업근로자기준)은 12.1%로 구지수체계의
14.1%보다 2.0%포인트가 낮아져 오히려 종전의 노동생산성증가율이
과대평가돼 왔다는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노동생산성증가율을 지난 82 91년 10년간 연평균으로 보면 상용근로자기준
물적노동생산성증가율은 8.6%,생산직근로자기준은 10.3%로 구지수체계를
적용했을 때보다 각각 2.6%포인트씩 낮게 나왔다.

또 부가가치기준 노동생산성증가율도 10.6%로 2.5%포인트가 낮아졌다.
신지수체계가 옳다면 지난10년간 생산성증가율은 실제보다 과다평가됐다는
뜻이 된다.

생산성본부는 인력및 산출량추계자료가 부족해 새로 개편된 지수는 85년을
기준(100)으로 하되 88년이후부터만 적용하고 87년이전지수는 종전의
지수를 그대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같이 노동생산성지수체계를 개편하게된 배경에 대해 생산성본부는
근로시간이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나 지수체계상 노동투입량을
근로일수나 달(월)수로 잡아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임금상승과
노사분규를 피하기위해 상용근로자를 줄이고있는 추세를 감안,지수체계의
현실반영도를 제고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지수개편으로
종전체계의 비현실적인 요소들이 보완됐을뿐 아니라 활용통계도
확대,노동생산성지수의 실효성이 크게 높아지게 됐다고 밝혔다.

경총등 사용자측은 노동생산성증가율이 실제보다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총등 노동계는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주장하는등
노동생산성증가율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돼왔는데 생산성본부는 이번
지수체계개편으로 이같은 논쟁이 종식될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지수체계개편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논쟁의 종식이 아니라
새로운 양상의 설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물적노동생산성의 경우 분모에 들어가는 산업생산지수는 그대로 두고
분자의 노동투입량계산방식만 근로일수에서 근로시간으로 변경한 것이
골자. 그동안 법정근로시간이 주당 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줄어든데다
연장근로나 잔업기피 추세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노동투입량이 현저히
줄어들게 됐고 결과적으로 노동생산성이 종전보다 높아지게 됐다.
이를두고 노동계에서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당연한 결과라고
해석하는반면 사용자측에서는 지수체계변화의 결과이므로 수치상승의
의미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입장이다.

또 불변부가가치기준 노동생산성도 분모의 GDP(국내총생산)는 그대로
놔두고 노동량만 10인이상 사업장의 상용근로자에서 10인미만 사업장의
비상용근로자전체로 확대했다. 역시 사용자측은 산출량은 전산업의
부가가치를 모두 포함하면서 노동투입량은 10인이상 사업장의 상용근로자만
산입하던 불합리성이 해소됐다고 해석하는 반면 노동계에서는 의도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개편에서는 그동안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내온 경상부가가치
기준노동생산성지수를 삭제하는 대신 전산업기준 물적노동생산성지수를
새로 만들었는데 이것을 두고도 견해차이가 심하다. 사용자측은
노동생산성을 경상가치로 파악하는것 자체가 불합리하기 때문에 삭제가
당연하다는 입장인데 비해 노동계에서는 임금인상과 생산성을 연계시킬
경우 사용자측이 불리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배려한 것이라고 공박하고
있다.

전산업근로자기준 물적노동생산성지수 신설도 4종의 노동생산성지수를
놓고 제각기 유리한 지수를 내세우는 폐단을 해소하기 위한 계산된 조치가
아니냐는게 노동계의 입장이기도 하다.

결국 논란이 돼온 대목을 손질하기는 했으나 노동생산성증가율을 노동계와
사용자단체가 서로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는 종래의 파행은 전혀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오히려 개편의 당위성과 의도성을 주장하기 위한 논쟁거리가
추가돼 새로운 불씨가 될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앞으로 전개될 입씨름에 관심이 모아질수 밖에 없는 것은 정부가
총액임금제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시점에서 임금인상요구수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노동생산성지수가 개편됐다는 시기적인 연관성에
있다.

노동계에서는 전반적인 노동생산성이 그동안 과대평가돼온 것으로 밝혀진
것을 두고 총액임금제 반박논리를 무력화시키기위한 정책적조치가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할 만도 하다. 또 작년의 일부 노동생산성은 오히려
높아짐으로써 사용자측이 주장해온 "노동생산성 과대평가론"을 공박하는
자료로 활용할 공산도 없지 않다. 반면 사용자측에서는 지난 10년간
생산성이 과대평가돼 왔다는 수치적 증거를 확보하게 됨으로써 임금-
생산성간의 공방전은 새로운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만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