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사람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여기는 단어는 "고향(Heimat)"이라는
조사결과를 본 기억이 있다. 사람들은 필경 상실한것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을 갖게 마련이어서 그 조사결과가 반드시 "하이마트"라는 단어의
음색이 갖는 아름다움에만 연유한 것은 아닐 것이다.

무릇 고향은 우리의 조상들이 누대에 걸쳐 일구어 온 논밭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잠들어 묻힌 동산이 있는 곳이다. 비록 도시에서 나고 자라
그곳에서 한발짝도 벗어난 적이 없는 요즘의 젊은 세대들도 감히 내 고향은
도시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이렇듯 농촌은 우리의 고향,마음의
고향이라고 할진대 바로 그 농촌이 우리 사회에서 점차 잊혀지고 있는
것같아 안타깝다.

우리 사회의 산업화 도시화가 시작된 60년대 이전에는 전국민의 75%
가량이 농촌에 거주하고 있었지만 이제 농촌인구의 비중은 17%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단순하게 보자면 농가당 경작면적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읽힐수도 있겠다. 그러나 정작 혈기왕성하게
일할 농촌의 젊은이들이 고민과 타락만이 기다리고 있는 도시를 향하여
오늘도 떠나가고, 어떤 농산물이 작황이 나빠 일시적으로 값이 오른다치면
물가안정만을 걱정하는 분들의 각별한 배려 때문에 수입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와 우리 농산물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비교우위론에 젖은 일부 식자들은 도리어 이제야말로 우리가 농업에서
손을 털때가 되었다는 식의 주장도 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우리의 삶은 결코
그러한 단선적 시각만으로는 풀릴수 없는 복합성과 연관성의 얼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농촌의 몰락은 곧 도시의 쇠퇴로,나아가 우리 생활의
전체적인 붕괴로 이어지게 되리라는 점을 간과하여서는 아니될 것이다.
그렇기에 프랑스는 중농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고,우리 농촌을 옭죄어
들어온다는 우루과이 라운드의 압력에도 미국은 농업보조금 제도의 유지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 농촌의 회생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적 대안에 관하여는 여러 논의가
가능하겠지만 그러한 정책들의 기조에는 농촌을 살려야 우리 모두가 산다는
공동체적 인식이 자리잡아야 하리라는 점만큼은 분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