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7월 북경에서 열린 자동차전시회에는 도요타 폴크스바겐 아우디등
세계 굴지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러나 가장 주목을
끈것은 미국의 GM(제너럴모터스)이었다.

미끈한 서방미인들을 동원,중국인들을 사로잡았다. 고객들이 찾아오면
우루루 몰려가 고무풍선이며 성조기스티커 GM로고등을 듬뿍 안겨줬다.
특유의 미소 또한 뇌쇄적이었다.

노랭이로 소문난 중국인들이 올여름 GM의 캐딜락을 엄청나게 주문했음은
물론이다. GM의 중국 공략은 그만큼 치밀했다.

북경자동차 쇼는 GM의 대아시아 전략이 1백80도 급선회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 쇼에의 참여는 곧 대대적인 아시아 공략의 신호탄인 셈이다.

지금까지 GM은 아시아를 값싼 노동력의 시장으로만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젠 이런 생각이 싹가셨다.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성장이 빠른
소비시장 가운데 하나가 됐기 때문이다. GM이 북경전시회에 온갖 정성을
다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중국뿐만 아니다. GM은 대만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등지에서도
치열한 판촉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동남아는 GM의 중요한 공격 목표가
되고있다. 동남아는 86 90년까지 연평균 25%의 높은 자동차 판매성장률을
기록했다. 최근들어 성장속도가 다소 둔화되긴 했지만 향후 10년간
9%이상의 안정적 성장이 기대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GM의 1차목표는 이들지역에 확고한 판매거점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다음 현지 조립공장을 건설,막강한 GM네트워크를 구성한다는 것이
2차전략이다.

이와관련,GM은 대만을 중요한 교두보가운데 하나로 삼고있다.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 육박할만큼 대만인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두둑해졌기 때문이다.
대만정부가 일본으로부터의 완성차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것도 쾌재가
아닐수 없다.

GM은 지난해 대만에서 1만4천대의 승용차를 판매했다. 올6월에는 대당
가격이 2만2천8백달러인 신형모델 새턴을 새로 선보였다. 새턴의 인기는
선풍적이었다. 2달새에 5백대가 팔리는 개가를 올렸다.

이에 힘입어 GM은 대만에 합작공장설립도 추진중이다.

현재 GM의 독일 자회사인 오펠이 1천9백만달러를 투자,연산 2만대규모의
조립라인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있다.

GM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등지에도 연산 2천 ~3천대규모의
합작공장설립을 모색하고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에서의 마케팅활동도 눈에띄게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인구 1억8천2백만명에 비해 자동차 보유대수는
3백만대에 불과,잠재력있는 이 시장공략에 나섰다.

그러나 GM의 아시아진출이 수월한 것만은 아니다. 일본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이지역에 현지공장을 세워 독점적 지배력을
행사해오고 있다.

아시아에서의 쓰라린 실패경험도 GM으로서는 큰 부담이 되고있다. 특히
한국에서의 합작실패가 치명적이었다. 80년대초 큰 기대속에 출범했던
대우자동차와의 합작은 경영상의 불협화음끝에 결국 올해초 파경으로 막을
내렸다.

필리핀에서도 트럭과 버스등을 합작생산해왔으나 89년 일본의 이스즈
자동차에 공장을 넘겨주고 말았다.

그러나 GM의 아시아에 대한 야심은 집요하다. 특히 중국에 관한한 전망이
무척 밝다는 것이 GM의 주장이다. 크라이슬러 폴크스바겐 푸조등이 이미
합작형태로 진출해 있으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0%를 넘고 있어 수요를
충족 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GM은 승용차 대신 트럭에
주력한다는 복안을 갖고있다. 트럭의 경우 수요는 엄청나지만 참여 회사가
적어 경쟁을 피할수 있기 때문이다.

GM은 이미 올5월 전체 투자자본 1억달러 가운데 30%를 출자,심양에 합작
조립공장을 착공했다. 이 합작공장은 오는 98년까지 연산 6만대의
픽업트럭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북경당국의 "바이 아메리칸정책"도 GM의 투자 의욕을 북돋우고 있다.
중국은 1백27억달러에 달하는 대미무역흑자와 중국의 인권정책을 비난하는
미국인들을 무마하기위해 대대적인 미국제품 구매 운동을 벌이고 있다.
올7월에는 1억3천만달러의 거액을 들여 7천대의 미국산자동차를 구입하기도
했다.

GM의 아시아 공략이 어떤성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