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투표로 부터 나온다. 그 투표는 공명해야 한다. 돈에
의해서,권력에 의해서,비리에 의해서,각종 인연이라는 파벌성에 의해서
투표가 좌우된다면 벌레먹은 민주주의가 되어 주권재민이 짓밟힌다.
민주주의가 병들어 말라 죽게 된다. 민주주의는 허울뿐이고 그 실체는
권력이나 돈에 의해 대체된다고 볼수있다. 지금 국민들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정치에 대한 환멸은 불공정한 투표가 병원이다. 이 병이 커져
민주주의는 혼란과 부패라는 후진국적 등식을 성립시키고,우리가 바로 그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이다.

노태우대통령은 이 함정에서 정치파쟁에 밀려다니다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집권당인 민자당을 탈당하여 공명선거를 책임질 중립선거내각을
구성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로서 그 의미를
엄숙하게 물어보아야 한다. 집권당의 최고책임자로서 임기동안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이 정도인데 그렇지 않은데에 비상적 성격이 있다.
공명선거를 위해 정부 여야당 국민할것 없이 모두가 비상적 각오로 임해야
할것을 요구하는 사태다. 국민들, 그리고 여야당 모두가 노대통령의
결단을 "액면대로라면."이라는 전제아래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우리는 원론적으로 또는 심정적으로 이에 동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실천이다. 민주주의에 완성이란 있을수 없다. 끊임없는 개혁만이
있을 뿐이다. 민주주의도 일종의 생물이어서 동력만 넣으면 자동적으로
돌아가는 기계와는 다르다. 구성원의 의지로 움직이는 유기체다. 이점이
우리의 결연한 각오를 필요로 한다. 정치사상 초유의 중립선거내각을
계기로 기필코 공명선거의 분수령을 넘어서야 한다. 국운을 거기에 걸어야
한다. 공명선거에 의한 올바른 민주주의 정착이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경제발전과 궤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표가 관권 금권 연고등 부패의 온상에서 치러지면 이에서 태동한 권력도
부패하게 마련이다. 연고자중심의 권력 배분,권력의 이권화가 증폭된다.
이것이 파쟁과 갈등을 조성하고 관료들도 이에 휩쓸리게 된다. 이같은
혼란과 무원칙과 불투명속에서 경제라고 잘될리 만무하다. 우리는
국권회복후 줄곧 이런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6공도 이같은 구조에서
예외는 아니다. 독재때 잘되던 경제가 왜 민주화땐 안되는가 하는 위험한
의문까지 품게도 한다.

공명선거는 정치정화의 전제이다. 우리는 노대통령의 결단이 경색된
정국을 풀려는 미봉적 국면전환의 의도가 아니기를 강력히 믿고싶다.
6.29선언에서 제창한 민주화를 보다 내실있게 한매듭지으려는 임기말의
정치정화의지라야 한다. 집권당의 재집권전략에서 벗어날수 있어야
공명선거를 관리할수 있기 때문에 민자당의 당적을 떠나는 것이라고 대통령
성선설에 입각하고 싶다. 그러자면 지난 일을 덮어두고 앞일만 믿어보자는
너그러움보다는 연기군 관권선거에 대한 보다 명쾌한 해답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의 공명선거의지를 가장 잘 입증할수 있는 길이 거기에 있다.

여당은 이제부터 야당과 같은 조건에서 대선을 치를 각오를 해야한다.
일부 관료나 권력지향 인사들이 앞날의 입신을 위해 아부한다 해서 권력의
실체처럼 움직여선 안된다. 그러면 국가권력은 이분화되어 국정이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 국정이 혼란해질수록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국민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야당할 각오로 공명선거하는 것이 민심을 얻는
길이다.

야당은 집권을 바라본다면 지금부터 여당적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
단체장선거 연내실시는 공명선거담보에 주안점을 둔 것이었기 때문에
중립내각이 이를 보장한다면 의정을 인질로 삼는 사태를 풀어야 한다.
국회가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국회가 국정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
한곳에만 경사되지말고 의정도 단체장선거도 병행하여 추진하는 슬기가
아쉽다.

공명선거에는 국민들의 의식개혁 또한 필수적이다. 유권자 모두가 투표의
파수꾼이 되면 관권선거등이 어디에 발붙일 것인가. 각종 선심에
기웃거리면서는 정치인만 탓할수 없다. 대통령의 공명선거의지가 아무리
확고하다해도 여야나 유권자가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면 대통령을 나무위에
올려놓고 흔드는 꼴이다.

이제 구각을 벗고 공명선거를 실현할 기회가 비상적 사태로 준비되고
있다. 대통령이 길을 트겠다고 했다. 이제 노대통령은 표방한 대로
실행해야 한다. 맨 먼저 중립내각의 면면에서 이를 증명해야 한다.

그리고 여야와 국민이 솔선하여 공명선거가 선진국만의 전매특허가
아니라는 것을 한국에서 입증해야 한다. 거기에 정치선진화가 있고 그럴
능력이면 경제선진화도 앞당길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