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랑하는 최신예제철소인 보산강철의 건설과정을 그린 "대지의
아들"이라는 소설이 있다. 국내에도 번역돼 꽤나 팔린 "불모지대"의 작가
산기 자(야마사키 도요코)가 쓴 이 실화소설은 중국이 일본 신일철과 밀고
당기는 "협력"을 거쳐 완벽한 제철소를 건설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있다.

상해시 오송구에 위치한 보산강철공사를 방문한 한국의 철강사절단은 이
엄청난 규모의 임해제철소에서 중국철강업의 급속한 성장을 실감한다.

고용창출을 중요시하는 사회주의국가의 철강업체로서는 보기드물게
조강생산 6백70만t에 종업원수는 3만2천명에 불과했다. 상당한 수준의
자동화설비를 갖추었다는 반증이다.

공장내에서 만난 노동자들이 "2000년까지는 국제규격품생산이 80%를
넘을것"이라고 자신감넘치는 어조로 대답하는 모습에서는 활력과
성장가능성을 감지할수 있었다.

이 회사 여명회장도 한국철강사절단을 맞아 "우리 보산강철과 한국의
포철이 동아시아의 대표적 신예제철소"라고 자신할 정도였다.

실제 이곳에서 생산되는 열연강판등의 품질은 중국내에서는 최고수준이고
국제수준에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보산은 중국정부에서도 전략기업으로 중요시하는 제철소이다. 국무원은
지난 6월 보산이 상해제1강철창을 흡수합병하도록 결정을 내렸다. 여기에
93년에 착공할 예정인 3기공사가 마무리되면 보산의 조강생산능력은
1천5백만t까지 올라간다.

"보산이 포철보다 훨씬 늦게 출발했는데 벌써 자리잡았다"는 박태준회장의
인사말은 전혀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철강사절단이 다음 기착지인 북경에서 둘러본 수도강철총공사역시
중국철강의 개방물결과 엄청난 성장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북경시내 천안문에서 서북쪽으로 차로 1시간쯤 걸리는 이곳은 중국의 개혁
개방정책에 가장 적극적으로 부응하고있는 곳으로 알려져있다.

상당한 경영다각화를 이루고 있어 철강을 모체로 광업 기계 전자 조선
화학분야에 호텔 식품업체까지 40개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그야말로
"문어발그룹"이다. 외국합작사도 일본전자업체인 NEC,미국 철강업체
US스틸,독일의 수산물가공업체 만하임어퀘틱등 21개사에 달한다.
기업관리방식도 전형적인 사회주의국가의 그것이 아니다.

등소평이 아들처럼 여긴다는 수도강철총공사 주관오동사장(회장)은
"중앙정부로부터 자율경영권 자유금융권 자유무역권을 인정받고 있다"며
이회사의 경영을 소개했다. 또 부분적으로 민영화를 적용했더니
노동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해 생산력이 높아지더라는 설명도
했다.

수도강철 역시 생산설비를 증설중으로 지난해 5백만t의 조강을 생산했으나
올해는 6백만t,94년에는 1천만t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주회장은 밝혔다.

이회사 라 생사장의 안내로 4호고로를 둘러본 사절단은 이들이 제시하는
미분탄취입률 출선비등의 기록이 세계정상급철강업체수준에
근접해있다는데서 다시 한번 놀란다. "뭔가 기준이 다를것"이라는 반응도
있었으나 중국이 급속도로 한국철강업을 뒤쫓고 있다는 생각을 갖지않을수
없었다.

중국에서 가장 먼저 개방된 곳으로 경공업위주로 개발해온 광동성에서도
제철소건설을 추진중이다.

한국의 철강사절단을 맞이한 자리에서 주삼림 광동성장은 연간
1백만t수준인 광동성의 철강생산규모를 우선 2배이상 끌어올릴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중국정부는 안산 무한 본계 반지화 상해매산등 주요제철소에서
설비증설을 추진중이다.

북경에서 박태준회장을 만난 주용기국무원부총리도 "중국은 현재
7천2백만t수준인 조강생산능력을 2000년까지 1억t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세계주요철강생산국들이 생산설비규모를 줄여가고있는 가운데 중국만이
의욕적인 생산확대를 추진하고 있는것은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다.
공업생산과 철강소비는 동전의 앞뒷면과도 같기때문이다.

중국이 철강생산을 확대한다는 것은 공업생산과 사회간접자본건설을
확대하고 있다는것을 설명해준다.

"올1 8월중 상해시의 철강소비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가 늘었다"고
말한 황국 상해시장도 이것이 사회간접자본건설과 공업생산확대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90년이후 연10%대의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공업생산및
사회간접자본확충에 따라 철강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따라
연간2백만 5백만t정도의 공급부족을 겪고있으나 조강생산능력확대등
철강산업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95년이후에는 공급부족이 둔화될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냉연박판 무계목강관등 고급강재를 생산하지못하고 있으나
현재와 같은 속도로 성장하다보면 질적인 수준도 곧 높아질것임은 짐작하기
어렵지않다.

"중국의 공업발전이 계속돼 조강생산이 1억t에 달하기전에 한국철강업이
고부가가치구조로 빨리 뛰어가지 못하면 순식간에 추월당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조말수 포항제철부사장의 말에 북경 수도강철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철강업체관계자들은 공감을 표시했다.

<북경=김정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