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돈이 목을 졸랐다.

"돈에 침뱉는 놈 없다"는,조금은 거친 우리네 속담도 있기는 하지만 그
좋아하는 돈에 홀려 구렁텅이에 빨려들었다가 끝내 자살하고만 한
경마조교사의 애사는 갑자기 둔기로 뒤통수를 얻어맞은듯 아찔하고
허탈하기만 하다.

여러차례 "경마정보"를 알려준 대가로 모두 2,300만원을 받았다고
자백하고 풀려난 후 고뇌끝에 스스로 죽음의 길을 택한 이 고혼에게는
그래도 한가닥 연민의 정이 서려든다.

경마 승부조작에 연루돼 8명이 구속되고 14명이 입건조사를 받고 있다는데
그 규모보다도 희한한 조작수법에 모두들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기수가 흰색 채찍을 들면 "간다",분홍색 채찍을 들면 "안간다"는 식으로
미리 브로커들과 짜놓는다는 것이다. 채찍을 쥐는 손의 위치,장화테
안경테 색깔등으로 우승정보를 제공해 왔다는것.

이같은 사전담합에도 불구하고 기수가 말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했던지 이번에 적발된 경마꾼 대부분은 거액을 탕진하고 패가망신한
몰골로 드러났다.

쇠고랑을 찬 꾼들 가운데는 무려 30억원을 날린 경우도 있고 5개 기업체를
거느렸던 사업가와 재벌2세로 백화점사장 출신까지 있다니 기가 찬다.
여기에 평범한 30대주부도 끼여있어 사방에서 돈 긁어모으느라 눈에
핏발세운 형상이 안봐도 눈에 선하다.

한국인들은 뭐든지 벌였다 하면 왜 이다지도 미쳤다 할정도로 통이 큰가.

며칠전에는 골프와 고스톱등으로 20여억원을 잃고 토지등을 근저당해준 뒤
"불법노름에 의한 빚이므로 무효"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얼굴에 철판깐
간큰 도박사가 세상을 놀라게 했었다.

도대체가 "점당 100만원짜리 고스톱"을 쳤다는 말에 모두가 대뜸 첫마디로
"농담이겠지"한다.

지난 16일 서울 여자형사기동대에 검거된 16명의 주부도박단 판돈이 물경
10억원이었다.

또 9월초 대구에서는 한번에 수백만원씩 거는 고급공무원 주부도박단이
잡혔다는 소식에 나오느니 한숨 뿐이다.

19세기 프랑스의 유명한 시인 C 보들레르도 "손가락 소질"이 대단했다.
"인생에 있어서 참된 매력은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도박의 매력이다"
그의 말이다. 착한 소시민들 누구 약올리려고 그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