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양국은 노태우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또 하나의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게 되었다. 노대통령은 3박4일간에 걸친 중국방문중 양상곤국가주석을
비롯 강택민중공당총서기와 이붕총리등 당과 정부의 최고지도자들과
연쇄회담을 가짐으로써 중국의 한반도정책에 대한 중국측입장을 확인할수
있었다는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노대통령의 방중을 마감하면서 어제 발표된 양국의 공동언론발표문에서
중국지도자들은 "한반도에서의 남북대화가 진전을 이룩하고 있는것을 높이
평가하고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의 목표가 하루속히 실현되는것을 지지함을
재천명"했다. 또한 이발표문은 "양국지도자들이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가
동북아지역및 아시아지역전체의 평화와 안정에 유익하다는데 합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지난28일 노대통령과 양국가주석간의 정상회담에서
양주석이 남북한 어느쪽도 핵무기를 갖는데 반대한다는 중국측의
입장표명을 재확인한것이며 비핵화선언에 입각해서 상호핵사찰이
진전되기를 바라는 중국측 견해를 확고히 한것이라 할수 있다. 그런데
공동언론발표문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양국이 과거의 비정상관계를 청산하고
상호 "선진협력"관계로 발전시켜나간다는 표현에 함축된 중국측의 뜻을
우리는 깊이 되새겨보아야 할것같다. 선린우호관계가 아닌 협력관계라는
어휘의 구사는 곧 북한측을 의식한 측면과 함께 중국의 기본입장을
밝힌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지금도 국가경영의 4대기본원칙을 조금도
변함없이 견지해가고 있다. 즉
사회주의의길,프롤레타리아독재,당의지도,마르크스.레닌주의와
모택동사상이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경제개혁과 대외개방정책을 촉진시켜
갈수록 이 4대원칙은 보다 철저히 고수되어야 한다는 기본인식을 갖고
있다. 중국이 개혁과 개방정책을 70년대말 부터 추진해온것은 결코
사회주의의 포기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계획경제체제의 비능률성을
타개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자본주의적 시장경제기능을 활용하려는데
있을 뿐이다. 이런 시각에서 중국은 한국의 고도성장 그 자체보다는
강력한 정부주도로 짧은 기간내에 고도성장을 가능케한 메커니즘,특히
수출지향형 경제발전전략의 습득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함께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상호보완성이 높을
뿐만아니라 공업발전단계나 기술수준에서 한국과의 경제교류가 자국의
경제발전촉진에 가장 적합한 상대라는 인식에 기초하여 한국과의
경협관계를 강화하려 한다는 점을 정부나 재계는 직시해야만 한다.

지대물박의 중국은 이제 무역규모면에서도 한국을 앞지르고 있다. 적어도
경제적 측면에서는 동반자관계가 아닌 경쟁대상국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냉엄한 현실을 감안할때 지금 한중수교와 노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더욱 고조되고 있는 재계의 대중국진출 열풍을 보면서
과속현상에 한가닥의 불안감마저 느끼게 된다. 모든것을 일거에
해결해보려는 시도는 항상 위험부담이 따르게 마련이다.

일본은 1972년9월 중국과 수교한후 2년후인 74년에 정부간 무역협정을
체결했으며 11년만에 조세협정,그리고 16년만에 투자보장협정을 체결했다.
이는 일.중간의 이해관계 상반과 대외여건 변화에 따라 지연된 요인도
있었지만 투자보장협정의 경우 서울 올림픽이 열린 1988년에야 양국간에
체결되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다. 일본은
1952년 일.중무역촉진회를 결성하고 이해6월에 민간무역협정을 체결한바
있었다. 뿐만아니라 미국이나 독일의 경우도 민간차원 접촉에서 정부간
접촉으로 옮아가는데 적어도 10년이상이 소요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깊이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한중투자보장협정이 정부간에 체결되었다 해도
상대적으로 중국내의 기반이 약한 우리가 대중투자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일은 바람직하더고 볼수 없다. 더욱이 정부가 단순히 중국의 대북한
영향력행사 강화를 위해 재계로 하여금 대중국투자를 적극 권장토록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장기적 안목에서 볼때 남북한 관계에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우려마저 배제할수 없다.

뿐만아니라 지금 우리의 대기업그룹은 물론 중소기업까지도 대중국진출에
몰두해가는 현상이 만연되고 있다. 노사분쟁,그여파로 인건비상승,냉각된
근로의욕,그리고 지가상승등의 시달림에서 온 어려움을 중국시장에서
보상해 보려는 기업인이 있다면 대단히 잘못된 판단이라 지적지 않을수
없다. 투자여건이 악화된 국내사정에 따라 대중국투자에 눈을 돌리게 되는
추세는 어쩔수없는 상황이라고 할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보아 제조업의
공동화현상이나 "부메랑"효과가 미칠 영향에 대해 우리는 우려치 않을수
없다. 경제협력은 상호이익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이익이 한쪽에
치우치면 장기적 협력관계를 유지할수 없다. 노대통령의 방중은
상호보완적 경협의 길을 텄다. 상호실리를 신중히 다져가는 경협자세가
장기적으로 서로 이익이 된다는 점을 잊지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