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은 자연의 형상에서 공통된 질서의 형을 뽑아낸다는 뜻이다. 난해한
그림의 대명사인 추상미술도 알고보면 19세기말 사실주의 그림이 고갱이나
세잔에 의해서 단순화되고 피카소에 의해 선과 면으로 분해된데 이어
몽드리앙에 이르러 선과 색채로 남게 된데서 비롯된 것이다.

"여인의 얼굴을 잘 그리는 화가는 그 여인이 지니고있는 슬픔도 그릴수
있어야 한다"는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추상화는 형태만의 추상성을 뛰어
넘어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의미의 추상성도 함께 지니게 된다. 그러나
인간은 선과 점,색채만을 가지고 사상의 감춰진 의미를 제대로 꿰뚫어
본다는 것은 어렵다. 그것이 바로 추상화를 감상하는 재미를 더해
주는지도 모른다. 그러한 예술인들의 창조적 세계를 애호가들에게
연결시켜주는 장소가 상설미술관들이다.

때마침 한국추상미술의 선구역할을 했던 수화 김환기의 작품세계와
언제라도 만날수 있는 "환기미술관"이 그의 사후 18년만에 서울부암동에서
문을 열었다. 가뜩이나 한 예술가의 업적을 기리는 미술관의 불모지였던
서울이기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게 된다. 개인기념미술관으로는
월전 장우성화백이 지난해 서울팔판동에 세운 "한벽원"이 고작이다.

그에 비해 선진문화국들의 실상을 돌아다 보면 부러움이 절로 일게된다.
프랑스의 파리에는 피카소 들라크루아 로댕 발자크등의 미술관이 있고
니스에는 마티스와 샤갈의 미술관,망통에는 시인이면서 예술에 특출한
재질을 가졌던 장 콕토의 미술관이 세워져 예술의 나라임을 과시한다.
스페인의 마드리드에는 바로크회화의 거장인 벨라스케스와 인상파화가인
소로야의 미술관이 있는가하면 바르셀로나에는 피카소와 미로의 미술관이
있어 그들의 예술적 위업을 기리고 있다. 우리와 가까이 있는 중국 또한
중국화발전에 남다른 업적을 남긴 예술인들의 기념관이 많다. 동서양화의
세계를 넘나들면서 현대중국회화사에 우뚝한 족적을 남긴 서비홍의
기념관(북경)을 비롯 청대에 활동했던 양주팔괴의 선두주자였던 김농과
현대남경화파의 기수였던 부포석의 기념관(남경)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한 예술가의 영광이 자신의 몫으로만 돌아가지 않고 여러사람이 나누어
가질수 있는 개인기념미술관들이 서울에도 줄이어질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