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연되는 연극들에 성과 폭력이 난무하고 점점 TV드라마와
유사해지는등 저질 상업문화의 부정적 폐해들이 뚜렷해지고 있다.

80년대 중반이후 공연물의 양적 증가와 함께 유행되기 시작한 이러
한 현상은 연극이 TV의 일일연속극과 비슷해지는 현상까지 보이고있
다.연극가에 상업화의 바람이 불며 고급예술로 자부하던 연극이 대중
문화의 선두매체라 할수 있는 TV를 닮아가고 있는것.

심각한 문제의식이나 비극적인 상황을 싫어하는 대중의 속성에 영합
하고 있는 이러한 연극들은 무의미한 일상생활의 나열이나 비정상적
인 인물들의 양산,정해진 시간이 끝나가면 구체적 타당성도 없이 갑
자기 해피앤딩으로 돌변하는 결말등이 특징으로 지적된다.

연극의 본질이라할수 있는 치밀한 극적 구조와 개성있는 인물의 창
조를 통해 극적 감동을 주기보다는 순간순간의 눈요기만을 중시,마약
과 같은 중독증세마저 일으키고 있는것.

또 대중이 원하는 TV쇼같은 볼거리나 스타급 연기자들을 내세워
관객동원에만 급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 성을 상품화하거나 지나치게 폭력을 강조하는 것도 한 특징.
연극의 고유한 특성인 현장감을 살린다는 미명하에 노래와 춤을
동원,대중오락물로 변질시키거나 욕설과 반말로 관객들을 모독하고
있는 것도 한 경향이다.

소극장연극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것으로 알려진 이러한 경향은 그동
안 순수연극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서울 연극제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해 연극의 상업화 증상이 연극계 전반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연극평론가 심정순씨(숭실대.영문과교수)는 최근 한국연극지에 기고
한 글을 통해 성의 노골적인 묘사,폭력및 폭소장면의 강조등 이미 세
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대중문화의 상업화현상들이 우리 연극계에도
깊숙이 침투,저질시비등 부정적인 측면들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주장하는 부정적 현상들은 크게 다섯가지로 요약된다.

실험정신의 상실과 오락성의 강조는 가장 일반적인 현상. 이전까지
는 사실주의 연극의 대안으로 실험되어 오던 관객들의 극중장면참여가
단순히 재미와 오락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불필요한 누드장면의 삽입등 성의 상품화는 물론 여성연극이라는 이름
하에 여성 본연의 문제보다는 여성관객들만의 고민에만 영합,대중오락
극으로 변질된 모습도 눈에 띈다.

무대위에서 끔찍한 형벌장면을 재현하거나 욕설 외설스런 무대언어를
구사하는 언어의 폭력화나 TV일일연속극식의 줄거리로 일관,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은폐시키는 것도 지양해야 될 점이다.

심씨는 이러한 현상들의 밑바닥에는 국적없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명분이
깔려있음을 경계한다. 연극의 주인공들이 깡패 거지 껌팔이등 사회의
밑바닥인물로 대체되고 윤리의식이 무조건적으로 거부되는 것은 연극의
폭력이지 기존규범이나 형식의 해체를 통해 후기 산업사회를 규명하려한
포스트모더니즘의 본뜻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가 더욱 우려하는 것은
"상업화"의 비난에 대한 연극인과 관객들의 불감증.

심씨는 "연극의 상업화현상이 연극예술을 연극상품으로 변질시키고 배우는
직업연기자로 만들어 예술혼을 잃어가게 만든다"고 지적하고 "지금이야말로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강구되어야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