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조용미 마늘과 꿀을 유리병 속에 넣어 가두어두었다 두 해가 지나도록 깜빡 잊었다 한 숟가락 뜨니 마늘도 꿀도 아니다 마늘이고 꿀이다 당신도 저렇게 오래 내 속에 갇혀 있었으니 형과 질이 변했겠다 마늘에 연(緣)하고 꿀에 연하고 시간에 연하고 동그란 유리병이 둘러싸여 마늘꿀절임이 된 것처럼 내 속의 당신은 참 당신이 아닐 것이다 변해버린 맛이 묘하다 또 한 숟가락 나의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해줄 마늘꿀절임 같은 당신을, 가을밤은 맑고 깊어서 방 안에 연못 물 얇아지는 소리가 다 들어앉는다------------------------------------------------------- 아주 서늘한 서정이 잘 녹아 있는 시입니다. 늘 깊고 아픈 시를 쓰는 것처럼 느껴지는 조용미 시인의 시풍으로 보자면 의외로 재미있는 시라 할 수 있지요. 이 시를 고른 것은 ‘마늘꿀절임’ 때문입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나의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해줄 마늘꿀절임 같은 당신’ 때문이지요. 너와 내가 만나서 인연이 되는 순간, 너와 나는 없고 우리가 됩니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우리는 각기 개별체로 빛나는 존재입니다. 그 과정에서 형과 질은 변하는 걸까요, 변하지 않는 걸까요. ‘변해버린 맛이 묘하다’는 시인의 표현이 묘합니다. 하이쿠를 연상케 하는 마지막 행, ‘연못 물 얇아지는 소리가 다’ 들리는 밤엔 결국 나도 당신도 없고 맑고 깊은 밤만 있는 건 아닌지... 시인은 창작 배경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몸이 차가운 사람에게 좋다는 마늘꿀절임을 담가두고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느 날 유리병을 발견하고 보
대구의 한 이불솜 제조공장에서 불이나 소방 당국이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9일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12분께 대구시 달서구 월암동의 한 이불솜 제조공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소방 당국은 이날 오후 9시 39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차량 62대와 인력 165명을 투입해 불을 끄고 있다. 대응 1단계는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경보령이다.이 불로 50대 남성 1명이 단순 연기 흡입으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추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소방 당국은 불이 진화되는 대로 정확한 피해 규모와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경찰관 앞에서 중국어로 통화하며 범죄 사실에 대해 말을 맞추려 한 중국인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서울 강북경찰서는 20대 중국 국적 남성 2명을 운수사업법 및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고 9일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강북서 수유3파출소 소속 A 경찰관은 "무허가로 이삿짐을 운반하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현장에서 화물차량을 발견한 A 경찰관은 차주인 중국인 남성 B씨에게 경위를 물었고, 그는 "친구 집에 놀러 온 것이고, 의자를 옮겨줬을 뿐"이라고 한국어로 말했다.그러던 중 B씨는 공범 C씨와 중국어로 전화 통화 하면서 "대가 없이 한 것이라고 말하라"고 하는 등 범죄 혐의가 의심되는 내용을 언급했다. B씨는 A 경찰관이 못 알아들을 것이라 생각하고 중국어로 통화했지만, 이 때문에 경찰에 체포됐다.당시 출동했던 A 경찰관은 대학 시절 약 4년 동안 중국에서 유학한 중국어 능통자로, 경찰이 된 후에도 4년 6개월 동안 국제수사업무 등을 담당하는 외사과에서 근무했다.A 경찰관은 B씨에게 "무엇을 대가 없이 한다는 것이냐"며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아냈다. 현장에서는 이들이 운반 중이던 이삿짐도 발견됐다.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유학비자(D-2)를 받고 국내에 체류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고,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도 추가했다.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