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을 탄 미국의 논픽션 작가 데이비드 핼버스템의 역작에 "패자의
교만"(The Reckoning)이란 것이 있다. 이것은 디트로이트의 포드와 일본의
닛산을 중심으로 한 가장 드러매틱한 경제전쟁인 자동차전쟁을 그린 차와
사나이들의 얘기다.

패전으로 폐허가 된 일본에서 승용차의 생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겨우 50년대 후반의 일이다. 자원을 수입에 의존할수 밖에 없는 그들은
연비효율이 뛰어난 소형차를 개발해야 했고 전쟁을 통해 미국의 기술수준을
익히 알고있던 그들은 품직향상과 관리,기술혁신과 개선에 노사가 하나가
되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인다.

한편 미국은 풍요속에서 번영을 구가하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미제품에
도전해오는 외제품이 없는데다 미국산차는 독무대를 이루었다. 풍부하고
값싼 기름을 배경으로 차는 점점 대형화되고 안락만을 지향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세계의 에너지 사정이 일변하자 자기만족과 교만속에서 변혁을
맞은 응보로 미국은 일본에 그 지위를 역전당하고 만다. 지금 미국의
자동차업계는 일본의 생산방식을 배우는데 열중하고 있다는 것이 이책의
줄거리다.

이와 관련된 아이러니컬한 얘기가 하나있다. 60년대초 수백명의
일본생산성 시찰단이 미국의 수많은 공장을 돌면서 도저히 납득할수 없는
일을 목격했다. 그것은 미국인들이 부끄럽게도 W 에드워즈 데밍박사의
존재를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과학적 품질관리를 일본에 심은
데밍은 맥아더장군을 제외하면 전후 일본에서 가장 유명하고 신처럼
존경받은 미국인이다. 닛산을 비롯한 그의 일본인 제자들이
이기고,"품질없는 생산"은 반드시 징벌을 받는다는 그의 경고를 귓등으로
들은 미국인들이 지는데 걸린 시간은 4반세기도 채 못되었다.

[면 종] 4면 금융세정
[저 자] 장양술 기아특수강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