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한해에 370억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인구 한사람당 한해 150시간꼴이다. 줄서기는 영국에서 시작됐고
두차례 대전을 겪으면서 강제성을 띤 사회규범으로 자리잡으며 미국과
캐나다및 유럽대륙으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인간은 본시
줄서기를 좋아하지 않으며 자유분방하고 열정적인 기질의 국민들에게는 또
하나의 인위적인 "구속"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모양이다. 실제 남부유럽과
중남미에서 이 줄서기는 지금도 별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월트 디즈니사는 프랑스에 디즈니랜드를 연 직후 미국의 디즈니랜드와는
달리 입장객들이 표를 살때 줄을 서지않고 혼잡을 빚는통에 한동안 애를
먹었다고 한다.

줄을 잘 서지않기로 이름난 브라질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시계를 차지
않고 있었으며 국민 한사람당 시계보급비율이 다른 선진사회보다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고 한다. 남성우위의 아랍사회에선 매표구에 줄서있는
여성들을 제치고 남성들이 먼저 표를 사는 것은 예사로 받아들여진다.
사회적 시간관념과 구성원간의 평등의식이 큰 몫을 점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MIT대의 리처드 라슨교수는 "줄서기관행은 그 사회를 설명하는 한 축도"
라고 전제,"영국과 미국인들이 줄을 잘서는 것은 "먼저 온사람이 먼저 서
비스를 받는다"는 "선착순 문화"가 거의 종교처럼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스라엘인들은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줄서기를 싫어하지만 버스가
도착하면 줄을 서있던 것처럼 정연하게 승차하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규율화에 대한 저항과 페어플레이 정신이 묘하게 접합된 그들 사회의식의
일단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줄서있는 사람들은 기다린 시간을 실제보다 더 길게 느끼게 마련이다.
미국인들은 370억시간을 서있으면서 500억시간을 기다린 것처럼 느낀다고
한다. 따라서 줄서기를 사회적으로 정착시키려면 이 "기다렸다고 느낀
시간"부터 최대한 줄여야 한다. 휴스턴공항당국은 항공기 도착후 짐이
나올때까지 너무 오래 기다린다는 승객들의 잦은 불평에 고심해 왔다.
실제 기다리는 시간은 평균 8분. 공항측은 도착비행기들을 터미널
가장자리쪽에 세워 승객들이 짐 찾는 곳까지 7분정도 걷게 만들었다.
걸어와 1분후에 짐이 나오자 불평은 사라졌다. 실체보다 그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절감케 한다.

[면 종] 4면 국제
[저 자] 변상근 재미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