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2차공격은 부시대통령이 현재 안고있는 작전상의
한계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또 후세인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큰지를 잘
나타내준다.

먼저 작전상의 한계는 이라크를 공격하되 미군의 인명피해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부시가 퇴임하는 대통령이라는 핸디캡 때문이다.

부시로서는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일을 크게 벌여만 놓고 떠났다는 평가를
두려워해야할 처지다. 메이저영국총리가 부시의 이라크공격방침에 관해
시기상으로나 규모면에서 약간의 제동을 걸었다는 보도내용은
군사작전권한이 3일밖에 남지않은 부시의 한계때문일 것으로 일면
풀이된다.

프랑스가 미국의 2차공격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지 않은 사실도 이런 맥락과
통한다.

이같은 정치.군사적인 한계로 부시는 이번작전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아군전투기의 이라크영내 비행이라는 위험이 없는 무인미사일로
이라크를 공격함으로써 아군인명의 피해여지를 사전에 없앴던 것이다.

부시는 이런 한계에도 불구,후세인을 응징해야만 한다는 의지는 단호하다.
이라크심장부인 수도 바그다드 근처를 공격목표로 삼았던 것에서 이점은
확인된다. 당초 북위32도및 36도 인근의 이라크미사일기지 비행장
혁명수비대기지등이 2차공격대상으로 점쳐졌었다.

예상을 뒤엎고 민간인 피해도 불가피할 바그다드외곽을 맹폭한것은
후세인을 끝까지 그냥두지 않겠다는 부시의 증오심 때문으로 보인다.

걸프전의 승리자로 자임해온 자신은 권좌에서 물러나는데 전쟁패배자인
후세인은 권좌에 계속 앉아 있다는 사실에 부시는 매우 분노하고 있다는게
주변의 말이다. 부시는 마지막까지 후세인에게 치명타를 가하기 위해
바그다드인근의 핵시설을 공격한 것이다.

부시로서는 자신의 강경한 후세인 제거의지에도 불구하고 후세인을
기세등등하게 만들고 있는 현실에 깊은 좌절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바로 이점때문에 부시는 20일 대통령직을 물러나기전에 다시한번더
이라크를 공격할수 있을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번의 2차공격으로 부시와 후세인간의 대결은 사실상
끝난것으로여겨진다.

앞으로 싸움의 주체는 클린턴차기미대통령과 후세인이 될것이다. 전쟁의
공은 클린턴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클린턴은 지금까지 부시의 이라크공격을 전적으로 지지해 자신도 부시와
마찬가지로 이라크에 단호하다는 것으로 보여주었다. 이라크와 지상전도
불사하겠다는 말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린턴이 20일 대통령이 되면 미.이라크싸움은
그모습이 많이 달라질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있다.

클린턴은 취임후 1백일이 매우 중요한 시기이므로 취임초부터 미국이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않는 바깥일에 모든 정력과 시간을 낭비할것 같지않다.
국내문제,그중에서도 경제재건에 최우선을 두겠다고 공약해온
클린턴으로서는 이라크문제에 신경을 덜 쓰는 쪽으로 초기정책을
이끌어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시가 취했던것과 같은 대이라크군사공격은 가능한한
자제하고 유엔을 통한 협상으로 사태를 종결지을 가능성이 크다.

클린턴진영은 이란의 새로운 부상을 방지하는것을 비롯해 중동지역의
복합적인 역학관계때문에 이라크를 무력으로 절단내는 것이 좋지않다는
것을 잘알고있다.

후세인도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최대의 적이던 부시가 물러난 마당에
구태여 미국을 계속 자극할것 같지는 않다. 지금까지의 대유엔권위도전과
미국에 대한 도발로 자신이 여전히 건재해 있다는 것을 내외에 충분히
과시했다고 후세인은 결론 지을것으로 관측된다. 클린턴행정부하의 미국에
대해 후세인은 실리적인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유엔결의를
준수하겠으니 원유수출금지와 같은 서방측의 대이라크경제제재를
풀어줄것을 조건으로 내세울수도 있는것이다.

향후 미국과 이라크관계는 20일의 클린턴취임식을 전후한 이라크의 행위가
시금석이 될수 있을것이다. 이때 이라크가 무력도발을 한다든가
유엔결의를 무시하는 행동을 취한다면 일단 양국의 관계는 호전보다는
악화의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걸프사태가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이는 미국의 2차공격에도 세계의 금융시장이
별동요없이 안정된 모습을 보여준데서도 읽을수 있다.

<이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