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제목] 제조업체도 입지약화 피해클듯
시설 선진화 없이 개방땐 치명적

부분적인 개방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큰 피해를 겪지 않았던 국내
유통시장이 본격적인 시장개방의 파고를 맞게됐다.

상공부는 19일 그동안 논란이 돼온 3단계 유통시장 개방계획을 발표했다.
골자는 오는 7월부터 외국유통업체에 대해 점포수는 20개,매장면적은 3천
평방미터(9백8평)까지 늘려주고 오는 96년부터 시장을 완전개방한다는 내
용이다.

이에따라 백화점이나 쇼핑센터등 대형유통센터는 진출이 당분간 지연되게
됐지만 슈퍼마켓이나 하이퍼마켓 디스카운트스토어 전문점등 중소형
유통업체의 진출이 본격화돼 국내 유통시장 잠식이 가시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돌아보면 91년7월에 2단계 개방초지가 취해지긴 했으나 국내
유통업계판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것이 사실이다. 국내
점포수를 10개이내로 제한한데다 매장면적도 1천평방미터(3백3평)이내
로 규제,투자효과를 거두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입선다변화제도등으로 일본업체들이 자국상품수입을 제한받은
것을 비롯해 외국인의 부동산취득제한,각종행정규제,물류시장의
낙후성,무자료거래 성행등으로 한국시장 진출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도
했다.

2단계 개방조치이전에 국내에 들어온 외국유통업체가 30개사인데 비해
그이후 신규진출업체가 16개사에 머문것이 그 증거이다. 그동안 진출한
업체들이 직접 소비자를 상대로하는 업종보다 무역업을 겸한 수입도매상의
형태를 주로 취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국내 유통시장의 구조는 물론 제조업까지 직접적인
시장개방의 사정거리안에 들게된다.

유통전문가들은 우선 매장면적과 점포수 제한완화로 인한 영향을
들고있다. 한국슈퍼체인협회 이광종전무는 "백화점규모의 유통업체는
피해가 없지만 슈퍼마켓은 당장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식 슈퍼마켓이나 하이퍼마켓은 물론 전문점진출이 러시를 이룰 여건이
조성됐다고 지적했다. 점포수를 20개로 제한해 현재로서는
슈퍼체인형태로는 무리지만 3년뒤의 완전개방을 겨냥해 체인점들도
진출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민중기 대한상의유통담당 이사도 같은 진단을 내놓는다. "가전제품이나
완구 화장품 가구등을 취급하는 전문점들이 진출할 경우 해당품목을
취급하는 기존의 대리점은 물론 백화점등도 영향을 받게된다"는 설명이다.

민이사는 특히 유통시장개방으로 인한 국내 제조업체의 피해가
유통업체보다 더 심각할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부분의
외국유통업체들이 국내상품보다 자국상품을 취급,국내제조업체의 입지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또 전문적인 유통기법으로 국내 유통시장을 장악할 경우 국내 제조업체의
운신을 제한하는 영향도 나타날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이같이 유통시장개방의 여파를 걱정하는 것은 국내 유통산업의
영세성과 낙후성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 1만2천여 슈퍼마켓중 매장면적이 1천평방미터가 넘는 곳은 전체
의 1%도 안되는 1백11개에 불과하다. 또 전체시장중 개설된지 10년이상 경
과된 곳이 58%,20년이상 지난 곳이 14%에 달하고 있다. 제대로 시설을 갖춘
곳이 20%남짓에 그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수도권과 부산 대구 광주등 대도시지역에 공동집배송단지를
건설하고 있으나 완공된 것이 전혀없고 유통업체의 물류시설도 창고등
보관시설이 고작인 형편이다. 또 외국유통업체에 이미 보편화된
POS(판매시점정보관리)체제를 갖춘 업체는 5%도 안되고 전체 소매거래의
70%가 무자료거래일 정도로 유통산업이 뒤처져있는 현편이다.

여기에다 유통산업에 대한 행정규제로 구조개선조차 어렵게 돼있다.
한마디로 시설과 기법의 선진화,제도개선 없이 유통시장개방을 맞을 경우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된다는 지적이다.

물론 정부는 이번에 3단계개방계획을 내놓으면서 보완대책도 함께
제시했다. 수도권에 대한 건축규제와 여신관리대상기업의 유통업참여
제한,할인판매기간및 경품가액제한,상품권발행규제등 각종 행정규제를
폐지하고 시설근대화에 대한 세제지원을 대폭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같은 보완책은 상공부의 일방적인 "희망사항"으로 벌써부터
관계부처의 반발이 빚어져 업계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유통전문가들은 유통시장이 개방될 경우 소비자의 편익이 증진되는 측면이
있으나 국내제조업과 유통업체의 시장잠식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과 함께 체질개선을 위한 업계의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면 종] 3면 종합해설
[저 자] 정만호 기자
[사 진] 오는 7월부터 외국 수퍼마켓이나 전문점의 진출이 가능하게 돼
국내 제조업과 유통업체에 적지않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 표 ] 국내 유통시장 개방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