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의료원 산부인과 부설 불임클리닉이 불임환자들에게 체외수정을
해주면서 정자은행에 제공된 정액에 대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매독,
B형간염 등 기본적인 전염병 감염여부도 검사하지 않은 채 파행시술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경희대 고황재단이 지난해 12월 한달간 이 불임클리닉
책임자였던 서병희교수(43)의 진료카드 4천6백여건에 대해 실시한 특별
감사 결과를 20일 발표함으로써 밝혀졌다.
이에 따라 재단측은 지난 12일 제5차 징계위원회를 열고 불임클리닉
파행운영의 책임을 물어 서교수를 파면조치했다고 말했다.
병원측에 따르면 지난 86년 개설된 이 불임클리닉은 불임의 원인이
남성쪽에 있는 부부들을 위해 정자은행에 있는 타인의 정액으로 6백50
여차례에 걸쳐 체외수정을 해주면서 정액에 대해 혈액형검사는 물론
정액상태검사 에이즈검사 매독검사등 기본적인 검사도 하지 않은채 시
술해 왔다.
경희의료원 불임클리닉은 특히 한사람의 정자로 여러 명의 불임환
자를 위해 체외수정을 해주는 등 비윤리적 의료행위까지 하고 정액 제
공자의 혈액형, 유전질환, 가족병력 등에 대한 아무런 기록도 남겨놓
지 않아 어떤 정자가 누구에게 시술됐는지 조차 알 수 없게 만들었다
는 것이다.
또 불임환자 1명당 15만원씩을 받아 5만원은 병원에 입금하고 나머
지 10만원은 정액을 제공한 중개업자에게 온라인으로 송금하는 등 기
증을 원칙으로 하는 정자은행의 관행을 위반하면서 정액을 구입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불임클리닉측은 이 과정에서 시술환자가 정자의 출처
를 문의해 오면 "사회상류층에 속하는 사람의 것"이라는 식으로 답변해
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