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공단근로자들의 설이 여느때보다 춥다.
혹심한 불황 여파로 체불업체가 늘어난데다 가동중인 업체도 20~30%가
상여금을 주지 못하고 선물도 줄여 일부 근로자들은 아예 귀성을 포기하
는 등 우울한 설을 맞게 됐다.
지난해 신발업체의 잇단 도산으로 38개업체 1만2천8백여명의 임금(전
국체임액의 40.7%) 및 퇴직금을 못받고 있는 부산지역에서는 체불임금중
60억원을 설 이전에 청산하도록 지방노동청이 유도하고 있지만 사업주가
달아났거나 법적분쟁에 휘말려 회사재산의 현금화가 어려워 실직 근로자
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지난 88년부터 4년4개월동안 신발업체인 삼화 부산 범일공장에서 일하
다 지난해 9월 회사가 도산하는 바람에 졸지에 일자리를 잃은 김진영씨
(25.여)는 "돈많이 벌어 오겠다며 떠났던 고향(전남 남해)으로 돌아갈
엄두가 안난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극심한 경영난에 따른 감원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창원공단의 한국중공
업은 지난해 전사원에게 참치 선물세트(2만원상당)를 선물했으나 올해는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다.
경북 포항과 구미 달성공단에서는 6백14개업체의 23%(1백42개업체) 가
이번 설에 상여금을 지급치 않기로 했으며 상여금을 임금의 50%미만이나
10만~20만원씩 정액지급하는 업체도 1백51개소나 된다.
경기도내 27개 체불업체중 근로자 1백48명의 임금 2억4천8백만원을 주
지않고 사업주가 도주, 지난해7월 도산한 대림전자(양평)등 18개업체가
사업주가 도주했거나 회사가 휴폐업됐다.
이들 업체중 14개업체의 54억1천9백만원은 오는 3월 사업주 재산을 경
매한 뒤에야 청산이 가능하게 돼 설을 맞는 사업주와 근로자들을 안타깝
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