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에서 발붙일 곳을 잃은 섬유 완구 액세서리 신발등 수출상품들이
싸구려 덤핑상품으로 전락,재고떨이로 팔리고 있다.

외국산 고가품이 날개돋친듯 팔리고있는 대형백화점 코너에는 감히 낄
엄두도 내지못하고 시장바닥,번화가의 길바닥에서 싼맛에 찾아드는
고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을지로입구 롯데쇼핑 지하통로에는 가방 스카프 넥타이등
봉제수출상품들이 싸구려로 팔리고 있는 대표적인 곳.

이통로에서 25일 반도가방(주)의 수출재고품을 팔고있는 박기범씨(46)는
"독일 오스트리아등으로 수출되던 지갑 서류가방등이 중국산에 밀려 판로를
잃고 동대문의 도매상을 통해 노점으로 쏟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멕시코등 중남미와 태국등 동남아시장에 넥타이를 수출해온 비비사는
작년연말 수출단가를 맞출수없어 재고로 남은 넥타이 2만여장을
처분하기위해 남대문로 삼성본관앞 보도에 간이직매장을 차려놓고
가두판매에 나서고 있다.

판매원 이상인씨는 "염색폐수 처리기준이 강화되고 인건비상승등으로 장당
3달러50센트하는 수출단가로는 채산을 맞출수가 없어 가두직판으로
돌렸다"며 한숨지었다.

홍콩 멕시코등지로 연간7천달러어치의 넥타이를 수출해온 청도물산의
조강환사장은 "작년말부터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겨 하는수없이
서울롯데백화점앞과 부산 대구등지의 번화가에 노점을 펴고 재고떨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장당 2천원으론 원가보전도 안되지만 연초 궁색한 자금을 돌리기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팔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남대문시장앞 길거리에 노점을
차린 고려모피상사는 덴마크에서 여우를 들여와 제주도 강원도등에서
사육,여우목도리를 만들어 유럽지역으로 수출해왔으나 현지의
야생동물보호운동등으로 수출길이 막혀 하는수없이 내수시장에 뛰어들었다.

가두판매에 나선 이 회사판매사원들은 "국내 백화점등 제대로된 판매장을
갑자기 확보하기 어려울뿐만아니라 자금사정마저 부도직전이어서 사장까지
친지와 이웃사람들을 상대로 판매활동을 벌이고있는 형편"이라며 어려운
사정을 하소연했다.

망원경과 현미경겸용으로 쓸수있는 완구를 구미지역으로 수출해온
영세완구상 최기철씨(42)는 현지바이어가 도산하는 바람에 5천여만원어치의
재고가 쌓이자 가족까지 동원,지하철(2.3.4호선)안에서 호객 판매하고있다.

최씨는 "개발자금마련을 위해 집까지 저당잡혔기때문에 수출가보다
1천원이나 밑지는 개당2천원씩에 도매상에 넘기는 것이 하도 억울해서 직접
가두판매에 나섰다"고 말했다.

영등포신세계백화점앞 지하통로에서 수출아동복업체인 영진엑스포사의
재고품을 팔고있는 소매상 최순이씨는 "내수제품보다 품질이 좋고
도매가격이 저렴해 이익이 많은 대신 메이커측에서 자금회전때문에
현찰결제와함께 대량구입을 요구하는것이 흠"이라고 말했다.

남대문시장에서 봉제품 완구류등을 도매하는 도매상인 유인한씨는 "요즘은
수출재고품이 쏟아져 나오고있어 내수품보다 품질과 마진이 좋은 이들
제품을 주로 취급한다"며 수출업체들의 실태를 대변했다.

<이동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