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던 어음부도율이 최근 낮아지고있는 것을 놓고
무더기부도를 몰고온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시각과 일시적 현상일뿐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있다.

최근 어음부도율이 고개를 숙인것만은 사실이다. 부도가 절정에 달했던
작년 10월의 전국 어음부도율은 0.17%. 그후 11월 0.16%,2월 0.15%로
부도율이 떨어지다가 올1월에는 0.10%로 낮아졌다.

부도금액도 줄고있다. 작년12월 부도금액은 7천2백83억원으로 부도율이
가장 높았던 작년10월 (7천16억원)보다는 많았었으나 올1월 들어선
4천68억원으로 현저하게 감소했다. 작년 1월의 부도금액
4천4백29억원보다도 낮은 액수다.

이를 놓고 일부에서는 부도사태가 고비를 넘기면서 중소기업의 구조조정도
끝나가는 단계에 이르고있다고 보고있다. 91년하반기이후 총수요관리를
통해 구조조정을 유도한 결과 작년에 사상 유례없는 부도사태를 냈으나
이제는 마무리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시각이다.

작년 한햇동안 1만7백69개라는 사상유례없이 많은 기업이 부도를 냈으나
그 과정에서 경쟁력을 잃은 한계기업들이 어느정도 휩쓸려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한은관계자는 자생력이 없는 한계기업이 경제안정정책과 경기부진으로
상당부분 정리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시중은행관계자는 작년 가을만해도 거래기업의 부도때문에 몸살을
앓았으나 올들어 부도 기업이 눈에 띄게 줄고있는것을 피부로 느낄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작년말을 전환점으로 고통스런 구조조정작업이
마무리단계에 이르렀다는 주장은 어느정도 설득력을 얻고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않다. 부도율 하락을 구조조정의 정착단계나
경기호전의 징후로 연결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많다.

상공부는 4일 발표한 "부도율하락추세분석보고"를 통해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상공부는 부도율이 낮아지는것을 경쟁력이 없는 기업의 정리과정이
어느정도 진전된 것으로 판단하는데는 신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작년12월과 올1월의 부도율 하락이 기업의 어음결제형태가 바뀐데서
비롯된면이 많다는 점에서다. 작년에 부도가 너무 많이 나는 바람에
기업들이 어음받기를 꺼리고 단순외상매출거래를 하거나 현금거래를
선호,상대적으로 부도가 나는 어음이 적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어음교환액이 절대적으로 감소하고있는게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고있다. 기업이 주고받은 어음이 지급제시돼 결제되는
어음교환액은 91년 월평균 5백4조7천억원에서 92년 평균4백76조3천억원으로
줄고 올1월한달동안에는 4백20조8천억원으로 감소했다. 경기가 좋지않아
전체적으로 어음교환액이 감소하고 그로인해 부도나는 어음도 감소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연말연시의 계절적 경기호전으로 일시적으로 부도어음이 줄고
부도율이 낮아졌을 가능성도 크다고 상공부는 분석했다.

설사 부도율이 낮아지더라도 부도업체수는 여전히 1천개 안팎에 달해
한계기업이 쓰러질만큼 쓰러졌다고 단정하는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작년7월 어음부도율이 0.12%로 최고치였던 작년10월(0.17%)보다
0.05%포인트 낮지만 부도 업체수면에서는 7월 1천42개,10월 1천1백66개로
큰차이가 나지않았다는것이다. 부도율은 금액으로 산출하는 만큼
고액부도가 줄면 부도율은 낮아지지만 부도업체수는 크게 감소하지않을수도
있고 이때문에 부도율만으로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기란 어렵다는 얘기다.

이런 점을 감안할때 부도율 하락이라는 지표상의 개선을 곧바로
구조조정이 정착되고있다거나,경기호전의 신호로 받아들이기에는 시기가
빠르다고 주장했다.

상공부는 부도율하락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지를 지켜봐야만 구조조정의
진행단계를 제대로 짚을수 있다고 밝혔다. 더구나 경제의 원동력인
제조업체의 부도가 작년에 3천2백59개로 전년의 (1천6백57개)배에 달한
상황에서 부도율하락의 의미를 밝게만해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있다.

또 앞으로의 경기가 회복될 전망이 확실치 않은데다 영업중인 기업들의
경쟁력이 살아나고있다는 뚜렷한 조짐이 보이지않고있어 지금을 구조조정의
정착기로 판단하는기에는 이르다는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