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요란하게 "신한국건설"을 다짐하던 목소리들이 최근 잇따라 터진
대학입학부정의 회오리로 빛이 바랜 느낌이다. 새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은
부정부패를 가장 심각한 한국병의 하나로 규정하고 이를 뿌리뽑기 위해
"부정부패 방지위원회"의 설치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부정부패를 뿌리뽑는 일은 발등의 불인 경제회복을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이다. 제도화된 부정부패에서 생기는 불로소득을 없앰으로써 생산적인
기업활동과 근로자의 노동의욕을 북돋우는 것이 경제회복을 위한
핵심과제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부정부패에 따른 검은 돈이 거대한
지하경제를 이루어 경제질서를 어지럽히고 경제효율을 떨어뜨리는 것도
예방해야 한다.

그러나 적지않은 국민들은 새정부의 다짐과 의지에 기대를 걸면서도
이번에도 한때 반짝하다가 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치지 못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 이유는 우리의 부정부패가 워낙 뿌리깊고
폭넓게 퍼져 있는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부정부패를 구조적으로 뿌리뽑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에서는 부정부패를 뿌리뽑고 경제회복을 촉진하기 위한 몇가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본다.

첫째로 돈안드는 선거를 치룰수 있도록 선거제도와 정당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엄청난 정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과정에서
정경유착에 따른 구조적인 부정부패를 막을수 없다. 개혁안에는
신문방송을 통한 선거유세,후원회의 양성화,지구당규모의 축소,당비납부와
상향식 정당운영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둘째는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법규와 행정규정을 합리적으로 고쳐야
한다. 기업이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는 것은 그들이 예뻐서도 아니고
강요당하기 때문도 아니다. 지키기 어려운 법규를 위반했기 때문에 그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자발적으로 갖다 바치는 것이다. 이를 빌미로 기업은
비정상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쉬우며 이미 뇌물을 받고 공생관계를 유지해온
관련공무원들이 제대로 단속을 할수 없는 것은 뻔한 이치다.

가장 널리 알려진 공무원의 부정부패는 세금과 관련된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정의 문란은 국가의 장래를 위태롭게 하는 지름길인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몇해전 수사당국이 몇몇 일선 세무공무원의 비리를 수사하자 적지않은
일선세무공무원들이 무단결근하였고 일선 세무업무의 마비를 걱정한
세무당국의 진정때문인지는 몰라도 비리수사가 흐지부지된 웃지못할 일이
있었다. 이처럼 고질적인 세무부조리를 막기 위해서는 엄벌하겠다는
엄포보다 구조적인 예방조치가 필요하다.

우선 최고 50%까지 내게 되어 있는 소득세의 최고세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 누구나 세금을 덜내고 싶은 법이지만 특히 우리처럼 각종
준조세부담마저 큰데다 이렇게 세율이 높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탈세하라는 뜻이나 마찬가지이다. 일본 독일 프랑스등 선진국의 50~57%에
이르는 최고세율에 비교해 볼때 높지 않다고 주장할수도 있으나 이미
상당한 자본축적이 이루어졌고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추어졌으며
준조세부담도 적은 그들과의 단순한 수치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

세율을 낮춤에 따른 세수감소는 정부기구축소와 정원억제,국방예산감축등
비생산적인 경직성경비를 줄임으로써 대처해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금융실명제를 실시하고 세무행정을 강화하여 지하경제에서의 세금납부를
크게 늘릴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굳이 래퍼곡선(Laffer Curve)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세율이 높다고 세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경제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최고세율을 스웨덴이 50%에서 20%로,미국이 50%에서 31%로,영국이 60%에서
40%로 각각 낮춘 것은 참고할만 하다. 또한 개방경제시대에 경제회복에
중요한 외국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도 세제개혁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최근의 대학입학부정도 엄청난 초과수요와 매년 벌어지는
입시전쟁에서 파생된 구조적인 비리이다. 왜 너도나도 대학에 가려고
하는가. 이 사회에서 사람 대접받고 살기 위해서라면 너무 직설적인가.
얼마전 한국방송공사(KBS)에서 드라마작가를 모집하는데 응모자격이 4년제
대학졸업자로 제한되어 있었다. 드라마작가는 작품으로 평가되어야지
대학을 나오고 안나오고가 왜 중요한가. 예술가는 작품으로,학자는
연구업적으로,기술자는 상품으로,기업가는 경영실적으로 평가받아야 하는데
현실에서 중요한 것은 "줄"이고 "빽"이며 "돈다발"이다.

경쟁을 제한하고 파당을 만들어 부당이익을 노리는 모든 진입장벽을
없애는 것이 바로 시장자율화이며 여기에는 학교건 정부건 기업이건 성역이
있을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