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초무렵 우리는 한동안 청부라는 개념을 들고 나오적이 있다.
청빈의 청과 졸부 혹은 탁부의 부를 따서 만든 용어였지만 청빈의
맑은정신과 경제발전을 결합시켜 지향해 보려는 뜻을 안고 있었다. 그뒤
이개념은 제법 유포되기도 했으나 아직 이론화되지 못한채 용어의 수준에
머물고 있는것 같다.

이제 한국경제는 새로운 채비로 재도약의 길을 찾아야 할때다. 기술만
있으면 된다는 식의 발상도 있으나 기술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산현장에서 생기는것이고 노사관계에서 생기는 것이라면 오히려 새로운
발상,새로운 패러다임이 절실히 요청된다. 이때 청부개념을 이론화해 볼
필요가 있을것 같다. 차기대통령도 선거때 청부란 말을 썼고,새로 출범한
전경련회장단도 제1성으로 "국민의 신뢰받는 기업상"을 강조하여
청부개념에 접근하고 있다.

우리가 청부개념을 착안한 것은 정다산의 개혁사상에서였다. 다산은
유교윤리가 가례수준에 머무는것을 경제윤리로 재창조하고자 하였는데
무엇보다도 인간을 생산적존재로 규정.비생산적인 존재를 비윤리적존재로
위치지었다. 따라서 놀고먹는 사람,남의 생산에 기생하는 양반지주는 가장
비윤리적인 존재로 혁파대상이 된다. 그리고 스스로 일하고 일을
전문지식화하며 사회적 분업속에 편입시키고 예술적으로 승화하는 인간상을
그려보이고 있다. 이러한 다산의 청부사상을 현대화해 볼수 없을까.

우선 청부의 청은 다산의 "인간을 좋아하는 청심"은 가리킨다. 그는 인을
추상적 덕목이 아니라 "인간을 좋아하는 청심"으로 규정하고 그러한 인에서
"가마라는 즐거움"을 독점하지 않고 "가마 메는 수고로움"을 공유하려는
공생의 경제윤리로 나아간다. 여기에서 청심은 까마귀 싸우는 곳을 떠나는
백로의 도피정신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까마귀를 쫓아내려는 적극적인
도전정신이다.

양반지주제의 현대적부를 혁파하려는 비판정신이요,일하고 생산하는
사람의 길을 열어주는 개혁의지이다. 한국경제는 전통적인 토지경제의
생리를 바탕으로 은행은 부동산을 본위로 돈을 빌려주고 조세체계는
부동산소유에 유리하도록 되어 부동산자본주의의 성격이 농후한데,여기에
80년대말의 무역흑자가 부동산에 투기되어 거대한 거품현상을 일으켰다.
그결과 비생산적 투기이윤은 54조원(89년). 미국보다 일본의 거품환율이
더크고 일본보다 한국의 거품화율이 더 크다(일본의 지가는 GNP의6배
한국은 9배). 이러한 부동산자본과 고리적 사채 상인자본,여기에 음성적
정치자금이 얽혀 불노소득의 천국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지대형부를
생산적 혁신이윤으로 전환시키는 대수술이 필요하다. 이대로 두면
지대형부에 눌려 생산부문의 혁신적이윤은 날로 위축될 것이다.
아울러생산부문에 있어서도 자본부문이 "가마타는 즐거움"을 누리고
노동부문은 "가마 메는 수고로움"을 당하는 형태로써는 기술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 기술은 노사가 "가마 메는 수고로움"을 함께하는 공생적
생산현장에서 나오는 것이다.

흔히 기술은 외생적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면 나오는것으로
말하고있다. 실은 그보다 생산현장에서의 개량과 응용의 누적으로
내생적으로 나오는것이며 이경우 노동의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청빈의 청은 무소유정신이다.

그러나 무소유는 없어서 못갖는것,청부의 청은 있어도 안갖는
불유정신이다.

노자도 "일을 이루되 몸은 떠나라"(사성이신퇴)라고 하여 무소유가 아니라
불유를 강조하였다.

실학자 박제가에의하면 진정한 검소란 없어서 적게 쓰는것이 아니라
있어도 적게 쓰는 자세이다. 이러한 박제가의 검소의 개념을 확장하면
우리는 새로운 근면의 개념을 얻을수 있다. 즉 진정한 근면이란 없어서
가지기 위하여 열심히 일하는 자세가 아니라 있어도,부유함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일하는 자세이다. 전통적 청빈개념이 소극적인 무소유정신이나
정태적인 검소의 자세등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라면 청부개념은
적극적인지대적 불로소득부문을 과감히 수술하여 생산적 혁신이윤으로
전환하는 개혁형성장이 필요하다. 그것은 일종의 청부혁명이다. 일종의
스리쿠션전략으로 청부혁명프로젝트를 추진해 볼수없을까. 즉 금융실명제
세법개정 금융개혁등으로 비도덕적 볼로소득을,강물속에서 그물로 고기떼를
몰듯 몰아가 그돈으로 기술판뉴딜정책-전국토의 실리콘 밸리화를 집중
실시하고 그 결과로 품질경쟁력을 높여 고부가가치시대의 챔피언국가로
꼴인하는 형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