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당의 와해가 이제 기정 사실화 됐다.

당을 사수한다는 의원들이 일부 있지만 지난 주말에 이어 이번주 내내
연쇄탈당이 이어지게 되면 우선 원내교섭 단체를 구성하지 못하게 될것이다.

국민당을 창당했던 주역들이 당을 모두 떠날 경우 명맥은 이어 간다해도
창당당시 활기찬 모습의 국민당은 이미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당 와해를 기정 사실로 보면서 정가에서는 국민당이 어떤 모습으로
결말을 맺을지에 대해 양론이 대두하고 있다.

하나는 공중분해되어 당자체가 아예 완전히 없어질 것이라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사수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이 재편(물론 여기에는 당명
변경도 포함된다)될 것이라는 견해다.

국민당이 공중분해될 것이라는 논거는 정주영대표가 이끌던 국민당에서
정대표가 정계은퇴와 함께 탈당한것은 우리의 정치구도가 다시 양당구도로
돌아간 것으로 봐야 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더욱이 정대표가 아들인 정몽준의원을 비롯한 창당 주역 의원들을 민자당에
합류토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대표 측근 세력들이 민자당에 합류하고 다른 의원들도 정치적성행과
판단에 따라 민자 혹은 민주당에 합류하면 자연스럽게 국민당은 완전
소멸될 것이다.

물론 이같은 주장은 대량 영입으로 기존 지구당 위원장들과의 마찰이 불
보듯 훤하면서도 민자당이 이를 수용하겠느냐 하는 의문을 낳게 한다.

또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가뜩이나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민주당이
전당대회 전에 이같은 수순을 밟을수 있느냐하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일부에서 추론하는대로 정대표와 여권과의 물밑대화가 이미
이루어져 어떤 시나리오 속에 최근 일련의 탈당이 진행되고 있다고 가정하면
우리정계가 급속히 양당구도로 개편되는데 큰 문제는 없다고 볼수있다.

국민당 소속 의원들은 출신지역이나 정치적 배경등을 고려할때 여권성향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당 의원들이 대부분 민자당에 흡수된다고 보았을때
민자당은 양당구조속에서 전례가 드문 강력한 여당이 될수 있는 이점이
있다.

너무 성급한 판단일지는 모르지만 이경우 내각제로의 개헌추진까지 여권이
상정하고 있다는 설도 나올 정도다.

이에 대해 국민당 간판이든,간판을 바꿔달든 사수파 또는 잔류파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은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사수파 의원들은 알려진 대로 한영수 박철언 이자헌 김용환 유수호의원등
민자당을 탈당한 뒤 새한국당에 몸담았다가 대선과정에서 국민당에 합류한
이른바 입당파 5명과 김복동 박구일의원 등이다.

이들은 한마디로 말하면 "YS 밑에서는 일을 같이 못하겠다"면서 민자당을
나온 의원들로 돌아갈 마음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설사 돌아간다 해도 민자당이 받아줄리도 만무하다.

그렇다고 민주당에의 합류는 지역이나 정치성향 등을 고려할때 물과 기름
관계나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들의 선택은 자명할수 밖에 없다. 작기는 하지만
정치세력으로 원내에 진출해 있으면서 후일을 대비하자는 전략인 것이다.

"비하하자는 것이 아니고 박찬종씨 혼자도 정당을 이끌고 있는데 우리가
왜 못합니까. 국민당에 잔류하려는 의원들중에 그렇게 만만한 인물이 누가
있습니까"라고 사수파의 K의원은 주장했다.

이기택 민주당대표가 전에 이끌던 미니민주당을 연상시키는 듯한 뉘앙스를
흘리면서 K의원은 어려움은 있겠으나 조직이나 자금도 커다란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우리 정치판이 홍역을 치를때마다 이합집산이 뒤따랐고 이에따라
정계개편도 꾸준히 이루어진 이상 곧 뜻을 같이하는 인사들이 합쳐 상당한
정치 세력화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듯 했다.

현 단계에서 어느 쪽의 주장이 맞아 떨어질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국민당의 공중분해나 잔류의원의 정치세력화라는 두가지 예측중 현재
국민당에서 진행되고 있는 탈당사태 등으로 미루어 잔류의원들이 단기간에
정치세력화하기는 어려울 것같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당이 조기에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판단하기도 너무
성급한 듯 싶다.

최근 국민당 주변에서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국민당 관련 인사들에게 빠른
선택을 요구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국민당 의원들이 차분히 판단하고 정리할 시간조차 없는 것이다.

<양승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