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민은 말할것 없고 전세계가 목을 늘여 고대하던 클린턴 미대통령의
경제정책보따리가 한국시간으로 어제 오전 마침내 공개되었다. 전국에
생중계된 TV방송연설을 통해 클린턴자신이 직접 발표한 정책내용은 별로
대단치 않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나돌았던 경기부양과 재정적자감축대책을
집대성한 것에 불과하다.

어떻든 발표된 정책은 몇갈래의 의미있는 메시지를 국내외에 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첫째 미국정부의 경제회복노력에는 수단과 방법에서 많은 제약과 한계가
있음을 새삼 확인했다. 경기가 점차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그이상 과감한 부양책은 소망스럽지 않다는 지적이 있긴하다. 그러나
그보다는 미국의 재정형편이 310억달러의 단기부양 패키지이상은 무리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둘째 클린턴의 경제정책은 따라서 단기부양책보다 중장기대책,특히
재정적자축소에 역점을 둘 것임이 확인되었다. 즉 그는
에너지세신설,개인및 법인소득 최고세율의 상향조정을 통한 고소득
중과세등으로 세수를 늘리는 한편으로 방위비추가삭감,총10만명의
연방공무원감축등 지출축소로 4년안에 재정적자를 지금의 절반수준 이하로
감축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셋째 레이건의 이른바 적하정책(trickle-
down policy)이 12년만에 완전 종식되고 새로운 정책기조가 등장하게된
것이라고 해야 한다. 흔히 공급중시경제학(supply-side economics)으로
불렸던 레이거노믹스는 감세를 통한 경제활성화가 궁극적으로 세수증대
그리고 저소득층복지확대로 연결된다는 "적하이론"에 기초했었다. 하지만
이 정책은 이미 완전 실패로 드러난지 오래다.

클린턴은 이제 명실공히 그것을 내던진 셈이라고 할수 있다. 그는 증세를
통해 재정적자축소길을 트고 동시에 시장에 대한 정부개입을 통해 경제를
정상화시켜야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변화를 가리켜 일부에서는
공화당정권하의 백악관경제정책기조를 이끌어왔던 밀턴 프리드먼의
시카고학파가 퇴조한 대신 MIT대학의 로버트 M 솔로교수(87년
노벨경제학상수상)가 이끄는 케임브리지학파의 등장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앞으로 주의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같은 정책의 실행인데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다.
미의회와 국민이 과연 증세에 동의할지 의문이다. 그래서 의회연설
이틀전에 먼저 국민에게 고통분담과 지지를 호소했지만 전도는 어둡다.
미국경제의 어려움은 당분간 계속될 것같다. 그점 세계는 주목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