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안정기금이 앞으로 3년간 더 존속하게 되면서 앞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있다.

지난 90년5월4일 기약없이 떨어지는 주가를 받치기 위해 증권사 은행 보험
상장회사등이 4조원을 출자해 설립한 증안기금은 당초 오는 5월로 예정된
해산시한을 96년5월까지로 3년 연장키로 방침을 정했다.

증안기금 탄생의 산파역을 맡았던 강성진 증권업협회장(초대
증안기금이사장)은 "상당량의 유통물량을 거둬들여 매물부담을 줄이는등
증시안정에 많은 역할을 했으며 기관투자가중 유일하게 평가이익을 낸
기관이라는 점도 의미있다"면서 증안기금이 나름대로 성과를 올렸다고
평가했다.

강회장은 또 앞으로도 존속기간동안 최소한 매물부담감소라는 측면에서
증시안정에 기여할수 있을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종합주가지수의 하락을 막아내지 못한 점등에 비춰볼때 증안기금이
좋은 평가를 받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지난 3년간 "무리수"를
둬 지금은 무기력한 존재가 됐다는 설명이다.

발족때 자금확보방법과 설립초창기의 성급한 개입등이 대표적인 무리수로
손꼽히고있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증권사들로서는 힘겹게 2조원을 출자했다. 이때문에
증권사들이 더욱 쪼들리면서 경영상태의 악화와 주가안정능력의 약화가
초래됐고 그 후유증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불평도 나오고있다.

주가안정을 위해 너무 성급하게 덤볐다는 비판도 있고 증안기금의
시장개입원칙도 시비거리가 되고있다.

증권관계자들은 지난 3년간의 증안기금 역할에 대해서는 이처럼 서로
엇갈리는 평가를 내리면서도 앞으로 3년간 할일은 실제로 거의 없을
것이라는데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막대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실제로 쓸수있는 "주머니돈"이
바닥나"잊혀진 존재"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1월말까지 조성한 4조8천2백48억원의 83.9%인
4조4백61억원(유상증자청약분 1천9백85억원포함)을 이미 주식매입에
사용해버렸다. 남은 돈이 계산상으로는 7천7백87억원이지만 실제로 주식을
살수 있는 여유자금은 5천억원에도 못미치는 형편이다.

기금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으나 추가로 돈을 끌어들일 방법은 거의 없다.

올해 추가조성이 확실한 금액은 3천억원을 약간 웃돌아 지난해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내년이후에는 이자수입이외에는 뚜렷한 방법이 없어
기금이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앞으로의 3년 못지않게 그이후의 향배도 큰 관심거리이다. 보유주식을
어떻게 처분하고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격론이 일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지수가 900선을 웃돌고 투신사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야 해산이
검토될수 있고 주가가 상당폭 오르더라도 4조원이 넘는 물량을 일시에
시장에 내놓기 어려워 96년이후에도 당분간 현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일부에서는 투신사로의 전환이 거론되나 조합원들의 반발로 출자금을
돌려줄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결국 이익금의 일부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의 문제로 국한될 것이란 시각이다.

증안기금의 앞날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증권당국의 구상이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어 속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증안기금의 해산이후도
결국 설립의 모델이었던 일본 공동증권과 같이 자본시장진흥재단과 같은
형태가 될 것이란 추측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정건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