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의 보릿고개가 시작되는 3월. 으레 자금난으로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고통을 겪곤하던 춘궁기를 맞았으나 올해는 예상외로 자금사정이 여유를
보이고 금리도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은은 4일 발표한 "2월중 통화동향과 3월중 통화운용계획"을 통해 이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자금시장의 기상도를 좌우할 공급량면에서 우선 여유가 있다는게 한은의
분석이다.

3월중 총통화(M2)증가율을 전년동기대비 17%이내로 운용키로 함에따라
이달에 풀릴 돈은 1조8천억원정도. 이는 작년 같은기간의 공급량
6천5백억원의 3배에 가까운 수준이어서 공급측면에서 "상대적으로
풍부"하다는 설명이다.

수요측면에서는 법인세 1조2천억원을 포함한 세금
2조8천억원,12월말결산법인의 배당금 8천억원등을 합한 3조6천억원정도.
그러나 이는 작년과 별차이없는 고정수요다.

자금수요측면에서는 이것보다는 기업의 설비투자에 따른 수요와 가수요가
중요한 변수다. 작년만해도 기업의 투자는 활발치않았으나 미래의
자금사정을 예측키 어려워 필요치 않은 자금이라도 앞당겨 확보하는
가수요가 고개를 뻗쳐 실제이상의 자금난을 초래했다.

김영대 한은 자금부장은 "기업의 설비투자가 활발치않은데다 가수요도
거의 사라져 자금수요가 예년보다 많이 줄고있어 수요압력에 의한 자금난은
피할수 있을것 같다"고 말했다.

이로인해 3년짜리 은행보증 회사채 유통수익률기준으로 연12.05%까지
떨어진 실세금리가 연11%대로 접어드는등 금리의 하향안정세를 기대할수
있다고 한은은 보고있다. 은행양도성예금증서(CD)나 통화안정증권의
유통수익률등 단기 실세금리는 이미 연11%대로 진입한만큼 전반적인
금리안정세가 이달에는 지속될수있으리라는 전망이다.

문제는 이달을 지나 자금수요가 피크를 이루는 4월이나 5월에도
"안심"할수있느냐의 여부다.

움츠러든 기업자금수요가 정부의 경제활성화조치에 자극받아 언제든지
되살아날수 있는 만큼 자금시장의 평온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한은은
가수요가 꿈틀대지않고 지금처럼 진정세를 유지한다면 실세자금수요가
일어나더라도 신축적인 통화운용으로 중화시킬수 있다고 밝혔다. 2.4분기
총통화증가율을 연간증가율보다 2%포인트 높은 15~19%로 잡아놓은게 그런
대비책이라는것.

이와관련,빠르면 이달중에 단행될것으로 보이는 2단계금리자유화가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단계금리자유화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 시행되는 만큼 당장 그
파급효과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자유화대상금리가 은행대출의 경우 70%를 차지할 정도로
광범위한것이어서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모두 불안한 마음으로 시행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금리자유화가 곧 금리상승이라는 도식이 재연될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높은게 사실이다.

한은은 이에대해 자유화초기에 일시적인 혼란은 있을수 있으나 일부의
우려처럼 금리가 오르지 않을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전망이나 바람뿐일수도 있다. 작은 충격만 주어도 대세가
바뀔만큼 민감한게 금리인만큼 "자유화"라는 거대한 물결을 타고 언제든지
고개를 치켜들 소지는 있다.

한은이 향후 자금시장의 안정세를 기대하면서 자유화의 충격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불안해하는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금융계는 앞으로 금리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통화를 운용해주길 바라고
있다. 자금수급상의 부담이 적어 자금의 보릿고개를 비교적 부드럽게
넘어갈것으로 예상되나 금리자유화라는 장벽을 헤쳐나가기위해서는
금리동향을 중시하는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