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모스크바시 볼고그라드프로스펙트가에는 먼지를 뒤집어 쓰면서
구슬땀을 흘리는 한국인사업가 한사람이 있다.

개장을 한달여 앞두고 모스크바 제1호 한국식당이 될 코리아하우스의
마무리작업에 여념이 없는 박복환사장(55)이 바로 그사람이다.

박사장은 지난 2년반가까이 식당을 개업하기위해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어야했다. 55세의 결코 적지않은 나이로 평생해온 일과는 관련이 없는
식당일,그것도 외국에서 새로 벌이고있는 것인만큼 어려움이 없을수 없다.
그러나 어려움의 많은 부분이 한국의 "정부당국"때문에 생긴것이어서
씁쓸해 하고있다.

박사장은 인천시남구주안동에서 인천백화점을 운영하는 베테랑사장이다.
35년간 전자제품대리점을 경영해와 직영점만도 13개나 되는
판매전문인이다.

당초 그는 식당이 아니라 전자제품등 한국상품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백화점을 모스크바에 세울 계획이었다. 그러나 생산자가 아니면
한국은행의 허가조차 받을수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포기할수밖에
없었다. 방향을 돌려 우선 식당을 차리기로 한 것이다.

백방으로 뛰어다녀 파트너를 구하고 대강 준비를 마친뒤 다시 한국은행에
해외투자인가 신청을 했더니 이번에는 식당운영 경력이 없어 안된다는
것이었다. 1백만달러 이하의 해외투자는 이미 신고제로 바뀐줄 알았지만
식당업 2년이상의 조건이 있는 줄을 그는 몰랐었다.

그의 투자신고 금액은 불과12만달러. 어떻든 겨우겨우 경력자를 구해
식당투자신고서를 다시 한은에 냈다.

해괴한 요구조건이 다시 제시됐다. 이번에는 러시아에서 달러로
영업한다는 증명서를 받아오라는 것이었다.

물론 그의 합작회사 설립계약서에는 달러와 루블 모두로 영업할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그것말고 러시아 중앙은행의 증명서를 받아오라는 것이었다.

물론 한국은행이 이처럼 까다롭도록 만들어놓은 것은 우리나라
기업인들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그리고 졸부들이
달러를 해외에 가져가는 한 변칙적인 수단으로 현금장사인 식당을 표면에
내세워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식당차리는데 그나라 중앙은행의 달러 면장까지
가지고오라는 것은 아무래도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사업의 성공여부는 "당국"보다 돈을 투자한 업자들의 더 큰 관심사항이다.
영업의 형태도 업자들의 판단에 맡겨야할 일이다.

새정부에서는 갖가지 기업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제2의
박사장"은 없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정규재모스크바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