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을 받으며 청운동 골목길을 걷는 것이 한때는 큰 낙이었다.
더욱이 이른 아침 처음 퍼지는 햇살과 가까운 산에서 불어오는 신록의
향기,그리고 얕은 담장 너머로 묻어나는듯한 비누 냄새를 느끼며 걷는
기분은 상쾌하기 이를데 없었다. 이렇게 맞이한 아침은 하루를 살맛 나게
한다. 일을 하면 의욕이 넘치고 누구를 만나도 반갑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골목길로 차들이 몰려 들기 시작했다. 불어나는
차들로 차도가 막히기 시작하자 주택가까지 침투한 것이다. 체증이 심하니
어쩔수 없겠거니 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심기가 틀어진다. 어쩌다
골목안 쪽으로 걷게 되면 비켜서라며 경적을 불어 제친다.

어느 때는 길가로 걷고 있어도 느닷없이 경적을 울린다. 그들에겐
방어운전이 될지 몰라도 보행자에겐 협박인 셈이다. 비가 온뒤에는
구정물을 튕겨 놓고도 그냥 지나쳐 간다. 그런 날은 하루 종일 마음이
뒤숭숭하다.

함께 하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요즈음 모든 나라가 환경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언론이나 매스컴들이 쓰레기를 줄이고 자연을 되살리려는
운동이 한창이다. 그리고 상당히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들은 갈수록 삭막해지는 사회환경을 느끼는 것일까. 이는
아마도 시쳇말로 국민정서가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언론매체의 기능중에는 정보전달 외에도 여론 조성기능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음은 말할나위 없다. 그러나 이는 어떤 문제에 대하여
자발적인 참여 의식과 합리적인 사고를 자생시키기 이전에 구호성 방법들을
먼저 강요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한다.

사실 우리 국민이 얼마나 많은 세월을 이런 구호에 익숙해져 왔는지는
어른 스스로 잘 알고 있는것이다. 손발이야 남이 한다니까 따라한다해도
마음은 늘 제생각 뿐이니 어쩌겠는가.

언론은 보다 더 신선한 방법으로 우리 의식속에 접근해야 될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