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통신망장비조달에 관한 쟁점이 해결됐다. 미국이
통신협정불이행국가 지정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덤빈 통신망장비
조달관련협상이 한국의 미측요구수용으로 해결된 셈이다. 우리나라로서는
일단 미국의 강력한 무역보복위기는 모면했지만 최대 통신시장인
교환기시장이 직접적이고 전면적인 개방의 어려움에 봉착하게 됐다.

이번 협상타결로 세계 최고의 통신장비생산업체인 미 AT&T사는 한국시장에
직접 진출할수 있는 길을 열었다. 품질이나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AT&T사는
이제 국산 전전자교환기개발로 겨우 자립단계에 들어선 국내기업과
시장확보를 위한 치열한 한판승부를 벌일 전망이다.

특히 연간 4천억원상당에 달하는 국내교환기시장은 앞으로 미국외에도
스웨덴 프랑스 캐나다등의 추가적인 직접진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국내외 업체간의 시장쟁탈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양국은 2일 통신협의를 통해 미국이 한국을 통신협정불이행국에서
제외시키는 대신 AT&T사가 한국통신교환기 입찰시 이미 공급하고있는
기종에 대해서는 공급업자자격을 인증,직접참여를 허용키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미키 캔터 미USTR대표가 협의후 성명에서 "미통신회사들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있는 만큼 한국이 공정한 경쟁기회를 보장할 경우
한국통신에 대한 입찰에서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 그대로 앞으로
국내 교환기시장에서의 미측 공세는 대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USTR의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AT&T사는 오는 5월에 있을 한국통신의
교환기구매입찰에 직접 참여할 것이며 향후 한국교환기시장에서 연간
2백40여억원상당의 수익을 올릴수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한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이같이 강압적이라고 할만큼 한국교환기시장의 조기진출을 꾀하고
있는 이유는 오는5월께 있을 한국통신의 교환기구매입찰에 직접 참여키
위해서이다.

AT&T사는 지난해 2월 한 미통신협상의 합의에 따라 올1월1일부터 한국의
통신장비시장이 개방됐지만 한국정부가 조달규정을 공개하지않고 있고
입찰참여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밝히지않아 애를 태워왔다.

이에따라 지난3월18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 미통신실무위에서 USTR는
이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한국이 통신협정을 성실히 이행해줄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미측은 빠른 시일안에 한국의 교환기공급업자로 인증을 받지못할경우
성능인증시험에만도 적게는 6개월,많게는 1년이라는 기간이 소요돼 금년내
한국통신의 입찰에 참여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한 때문이다.

미국은 그동안 AT&T사가 한국의 금성정보통신과 합작으로 한국에서
5ESS교환기종을 생산,간접적으로 모두 1백46만회선을 공급해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국산전전자교환기(TDX)가 개발되면서 금성이 5ESS공급보다는
TDX공급에 열중함에따라 어느정도 위기감을 느끼고 직접 입찰참여를
시도하기로 전략을 바꾼것으로 분석할수 있다.

AT&T사는 단기적으로는 합작사인 금성에서 생산하는 5ESS로 한국통신의
구매입찰에 직접 참여하고 장기적으로는 미국에서 교환기를 가져다
납품한다는 전략을 채택했다.

결국 AT&T를 한국기업과 동등한 자격으로 입찰에 참여시키기위해
한국정부가 교환기공급업자로 AT&T사를 인증해줄것을 요구하고 끝내 이를
관철시킨 셈이다.

이과정에서 미국은 그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경우 한국을
협정불이행국으로 지정하고 3월말까지 협정위반사실을 의회에 보고하여
무역보복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우리측에 통보해왔다.

통신협정불이행국으로 지정해 60일 이내에 미국이 입은 피해를
산정,통신장비를 포함한 한국상품에 대해 약 1백%의 보복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통상법 1377조에 의한 강력한 무역보복조치를 전가의 보도로 십분
활용한 것이다.

이제 통신망장비중 가장 중요한 교환기도 미기업의 직접적인 진출공세를
받게됐다. 국내 교환기제조업체들이 아직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지않은
상태라는 점을 고려할때 힘겨운 상대일수 밖에 없다.

그러나 대세가 개방인이상 계속 팔짱만 끼고 있을수도 없는 처지이다.
하루빨리 기술개발에 주력,품질향상을 기하고 원가절감을 통한
생산성향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국산전전자교환기가 이미
필리핀 베트남 풀란드등 개발도상국에 수출되기 시작한 이상 국내시장도
고수하면서 수출확대로 어려움을 해결하는 능동적인 전략구상에 힘써야 할
것이다.

체신부나 한국통신도 업체의 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통신망장비
조달절차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합리성과 공정성을 확보해나가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김형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