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수룩한 수염,물감투성이인 작업복.

서양화가 한규남(48)는 지난 10개월동안 서울종로사간동 골목에 있는 한
건물 지하에서 지냈다.

한씨가 1년 가까이 먹고 자면서 화폭과 씨름한 30평짜리 작업실은 벽과
바닥은 물론 의자에 이르기까지 온통 물감으로 범벅이 돼 있다.

6~17일 서울강남구신사동 갤러리이콘(516-1503)에서 갖는 개인전은 바로
이같은 작업의 결실을 모아 보여주는 것.

출품작은 "경복궁" "비원풍경" "분청자기 조각" "삼청동"등 20여점.
7백호짜리 4점을 비롯 1백호짜리 이상 대작만 10점이고 작은 것도
모두50호가 넘는다.

"미국에 오래 살수록 우리것 그중에서도 옛것에 대한 애착이 강해집니다.
경복궁이 보이는 장소에 화실을 마련한 것도 그 때문이지요. 경복궁 안을
걷다보면 빈 땅도 비어있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언젠가 그곳에
서있었을 전물 혹은 사람의 숨결이 닿는 듯한 생각이 들지요"
뉴욕의 널찍한 집과 스튜디오를 버려 두고 귀국,건물지하실 작업실에서
여름과 겨울을 보낸 한씨는 이번 전시회이후 곧바로 뉴욕에서 작품전을 열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의 정서가 담긴 작품,한국의 문화 역사적 전통이 살아 숨쉬는 작품을
뉴욕화단 한복판에 내놓겠다는 주장이다.

수많은 색점들로 이뤄진 작품들은 점이 어떻게선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끊어진 듯 이어진 선들은 아련한 것들이 지니는 강렬한 분위기를의
형상들을 만들어낸다.

"동양화기법인 골법과 준법의 묘를 활용합니다. 그러다 보면 화면속에
어느새 리듬과 생동감이 생겨납니다"
실제로 그의 작품들은 산과 집등 정지돼 있는 형상만을 담고 있다.
그러나 안개속에 갇힌듯한 화면을 보고 있으면 집과 집 길과 길 사이에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정지돼 있는 것들을 통해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나타내고 싶다"는 것이
한씨의 바람이다.

한씨는 서울 태생으로 서울대회화과를 거쳐 72년 도미,오하이오주립대를
졸업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세계본점 멀세리우스베리홀 스카이로비의
벽화를 제작한 것을 비롯,미주 전지역에서 작품을 빌표했다. 국내개인전은
이번이 세번째.

<글박성희기자> 사진강은구기자